"부부가 패션사업을 하면 성공한다(?)"

의류업계의 적자행진속에서 부부가 경영하는 패션업체는 유독 매출
증가-흑자경영을 거두고 있어 화제다.

패션은 예술적 감성과 수리적 경영관리 마인드가 결합돼야만 성공하는
독특한 사업.

남편은 경영관리, 아내는 디자인을 맡아 찰떡궁합을 발휘하는 부부경영
패션업체들의 성공률이 높은것도 이래서다.

대표적인 예가 한섬.

"적자를 안내면 성공"이라는 의류업계 불황속에서도 지난해 순익증가율
14%를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성공비결로 남편(정재봉 사장)과 아내(문미숙
감사)의 완벽한 역할분담을 꼽는다.

무역업체에서 오래 몸담았던 정사장은 경영관리, 디자이너 출신인 문감사는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제품기획만큼은 문감사의 성역.

이런 재량권덕에 문감사는 업계관행을 깨는 새로운 시도도 주저않는다.

이를통한 제품차별화가 한섬 성공의 주요 원동력.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자가 디자이너 특유의 감을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틀에 끼워맞추려고 들면 패션사업은 성공하기 힘들다"며"한섬의 경우
정사장이 탄탄한 경영관리를 하면서도 아내인 문감사에게는 디자인의
절대재량권을 인정한다는게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패션잡화 1위업체인 레더데코 역시 남편인 천호균 사장이 경영관리, 아내인
정금자 감사가 디자인을 맞아 호흡을 맞추고 있는 업체.

이회사는 "쌈지"등 5개 브랜드로 지난해 매출 1천억원을 올렸다.

전년(9백억원)보다 10%이상 성장한 것.

대기업(대우중공업)에서 해외기획업무를 맡았던 천사장이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은 84년.

천사장은 디자인에서 영업, 관리까지 "올라운드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3년후 "여성특유의 미적감각이 필요하다"고 느낀 천사장은 중학교
윤리교사이던 정감사를 회사로 끌어들였다.

정감사는 이제 실무경험 10년을 넘긴 베테랑 디자이너.

"부부관계를 모르는 경쟁업체들이 정감사에게 스카웃제의를 해대는 통에
연봉을 높여줘가며 붙잡아야 할 정도다"(천호균 사장)

천사장은 "디자인, 상품개발, 영업간 손발이 착착 맞는 동거경영이
패션사업의 성공요소"라며"부부경영이야 말로 이를 충족시키는 최상의
조건"이라고 부부경영 예찬론을 폈다.

오브제 역시 불황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킨 작지만 강한 기업.

IMF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5백10억원을 올려 전년(3백억원)보다 70%나
성장했다.

이회사의 성장엔진은 디자이너인 남편(강진영 사장)과 아내(윤한희 감사)가
협력과 경쟁을 벌이는 코피티션(Copetition)관계.

이 회사의 2개 브랜드중 "오브제"는 강사장, "오즈세컨"은 윤감사가
책임진다.

오즈세컨은 지난 97년 7월 런칭된 후발브랜드.

그러나 윤감사는 사업첫해인 지난해 2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강사장이 맡고 있는 오브제(98년 매출 3백10억원)를 위협하게 된 것.

올해 오즈세컨은 2백70억원의 매출을 달성, 오브제(3백30억원 목표)와의
격차를 더욱 좁힐 계획.

그렇다고 강사장과 윤감사가 경쟁만 하는것은 아니다.

강사장은 "남자는 모험과 창의력, 여자는 기능성과 심미안적 디자인에
신경을 더 쓰는것 같다"며"내가 모험적 디자인을 하면 아내가 다듬어
패션상품으로 완성시킨다"고 협력관계를 설명했다.

"패션 디자이너는 서로 다른 성이 완벽한 파트너쉽을 이뤄야한다는
걸 절감한다"는게 그의 고백.

이밖에 지오&지아의 이지아 사장(아내)과 송지오 디자인실장(남편),
이영희컬렉션의 안진호 사장(남편)과 이영희 디자이너(아내) 등도 대표적인
부부경영 패션업체들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