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에 사는 분들은 잘 모르지만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아파트 입주자
들끼리 하나의 단체를 만들어서 내부적인 규칙을 세워놓고 이 규칙을 다같이
지키게 됩니다.

그런데 이 규칙이란 것이 대부분 보편타당한 것이고 아파트 주민들 전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때로는 일부 주민들에게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김씨는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2년째 살고 있습니다.

김씨는 2.5t짜리 화물트럭을 운영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동안에는
화물차량에 아파트 입주자 확인 스티커가 있어서 아파트내에 주차를 해왔습
니다.

최근 아파트 동대표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더니 아파트 출입정문에 높이
2.1m의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놓고는 화물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습
니다.

아파트 동대표들이 이렇게 화물차량이나 높이가 높은 차량의 통행을 제한한
것은 지하차고가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학원에서 쓰는 차량이나 복사차량들은 높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
바리케이트에도 불구하고 단지내에 들어와서 지하차고가 아닌 지상에 주차를
하고 있는 반면에 김씨와 같이 화물차를 가진 사람들만 자기 아파트에 차를
가지고 출입하지 못하고 다른 주차장에 별도의 요금을 내면서 차를 주차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겁니다.

김씨는 아파트 동대표들이 이처럼 입주자의 차량이 아파트 단지에 출입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물어오셨습니다.

아파트 동대표들이 결의한 내용이, 법률처럼 모든 입주자들을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 동대표들이 결의한 내용은 단지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끼리
하나의 약속을 정해서 그 약속대로 시행하자는 권고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자기가 뽑은 단지내 대표들이 정한
바를 따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처럼 아파트 동대표들의 결의사항이 입주자가 가지고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이라면 그 결의사항은 잘못된 것이 됩니다.

김씨는 일단 아파트 동대표들에게 출입문에 설치한 바리케이트로 인해서
김씨의 재산권, 즉 아파트 단지내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
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이 점을 시정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만일 동대표들이 김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해주지 않으면 법원에
김씨가 아파트를 출입하는 것을 아파트 동대표들이 방해할 수 없도록 해달라
는 가처분을 신청하면 김씨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겠습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