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마지막 설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2대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모두가 다소 들떠 있다.

IMF 경제위기로 심신이 움츠러든 상태지만 그래도 명절은 많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특히 올 설날은 한 세기뿐만 아니라 지나온 천년을 마무리하고 새 천년을
맞는 밀레니엄 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여기에다 올해는 신정 휴무일이 하루에 그친 탓인지 이번 설날에 실리는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주말부터 시작, 최소 5일간의 명절휴가로 이어진다는 점도 즐거운 대목이다.

어느때보다 명절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게 올 설날이다.

때문에 올 설날에는 귀성객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회복의 조짐도 귀성객 수를 늘리는 요인이다.

IMF 경제위기후 어려운 살림살이를 핑계로 쉽게 고향을 찾지 못했던
도시인들이 이번 설날 만큼은 대부분 귀성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고향에 있는 부모와 친척, 친구들을 떠올리며 귀성길을 기다리는
표정들이다.

정부 관계당국은 이번 설 연휴기간중 2천5백만명이상의 인구가 이동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 귀성객이다.

손에 손에 선물꾸러미를 챙겨든 귀성객 행렬이 전국 도로를 구석구석까지
메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여유있게 선물을 마련할 처지는 못되지만 그래도 빈 손으로 갈 수
없는게 고향길이다.

그나마 IMF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걷히고 있다는 희망이 선물을 챙겨 들게
만든다.

식품 생활용품 주류 유통업체등은 올 설날 선물시장이 지난해보다 다소
살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물수요가 지난해보다 평균 20%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맞춰 선물상품 공급물량도 품목에 따라 10~40%가량 늘렸다.

IMF 관리체제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지난해 연말부터 서서히
녹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씀씀이가 인색하지만 지난해보다는 선물 인심이 후할 조짐이다.

지난 주말부터 본격적인 설날 선물 특별판매전에 들어간 식품 주류 유통 등
관련업체들은 올 설날 판촉 캐치프레이즈로 "경제난으로 얼었던 마음을
녹이는 선물" "선물 주고 받기로 다시 찾는 정" 등을 내걸고 있다.

올 설날에는 선물 주고 받기로 IMF이후 각박해진 인심을 훈훈하게 만들어
보자는 호소다.

올 설날 선물상품 시장 역시 아직은 불황의 여파를 타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1만~5만원대의 중.저가 세트가 주력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품목도 지갑 넥타이 벨트등 패션잡화류와 의류보다는 식품 생활용품 등
실속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주류의 경우도 고급 위스키는 거의 사라지고 대신 민속주 등이 간판상품으로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의외로 10만원대이상의 고가품이 대거 등장한 것도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선물상품이 실속세트 명품세트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소비양극화 현상이 선물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이에따라 관련 업체들은 선물 양극화 추세에 초점을 맞춘 상품 판매에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30만원대 이상의 정육 대하 표고버섯 주류 등 고품격 명품
선물세트를 기획상품으로 준비한게 대표적인 예다.

식품업계도 평균 1만5천원대의 선물을 주로 제작했지만 5만원대이상의
고급세트 공급량도 크게 늘렸다.

또 20세기 마지막 설날이라는 의미를 담은 복고풍 상품의 등장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제일제당이 선보이는 조미료선물세트나 LG홈쇼핑이 추천하는 식혜조리용
엿기름, 전통장아찌 세트 등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선물들이다.

백화점업계는 2만~3만원대의 실속형과 10만원대이상의 품격형 선물을 따로
준비, 고객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단순한 선물상품 판매외에 전화주문및 배달 등 각종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식품업계는 올 설날 특별판매기간중 지난해보다 매출이 10%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류 잡화보다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식품 선물세트 수요가 지난해에 이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도 선물양극화 추세에 맞춰 상품을 고가품과 저가품으로 차별화해
놓고 있다.

올해 설 선물 시장은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 "분수에 맞는 선물로 그동안
얼었던 마음을 서로 녹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눈높이에 맞는 선물을
공급하고 찾는 지혜를 보이고 있다.

[ 유통부 = 김영규 서명림 김상철 김광현 김도경 설현정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