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한보그룹 총회장은 4일 경제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92년 대선
자금 제공 사실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라는 형식으로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정 전총회장은 특히 지난 97년 한보 부도 이후 수사과정에서 검찰로부터
"당시 야당 총재와 민주계 최모 의원에게 돈을 준 일이 있다고 시인하면
아들을 살려주겠다"는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전총회장은 하얏트 호텔에서 김영삼 전대통령에게 대선자금을 전달할 때
동행한 사람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동행한 사람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또 대선자금 전달이 김 전대통령의 직접 요청에 의한 것인지, 이형구 전
산업은행 총재의 권유에 의한 것인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특히 금액이나 장소 등을 물을때는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자금 전달방법과 관련, "당시엔 수표가 통용됐다"며 수표로 자금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 전 김 전대통령과 한달에 한번 정도 만났지만 대선 이후에는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한보 부도 이후 김 전대통령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과 관련해 수사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의 질문에 정 전총회장은 검찰이
대선자금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자민련 정우택 의원은 "한보철강이 노무비를 과다계상해 조성한
7천3백31억원 이외에 4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추가로 조성했다"며 비자금
조성 규모와 사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 전총회장은 이에 대해 "당시 단자사 등에서 1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면
중간에 자금을 조성해 주는 전문인에게 한 달에 1백만원씩을 줘야 한다"며
"1억원을 빌리려면 1년에 평균 1천2백만원의 자금조성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자금조성비에 대해 영수증을 달라고 하면 다음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고 중기업 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모두 이와 마찬가지"라며
대부분의 비자금을 자금조성 비용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총회장은 "지난 97년 산업은행으로부터 3천억원을 받았다면 한보는
부도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석채 전청와대경제수석이 한보 부도의 원흉"
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총회장은 또 "한보가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것 아니냐"
는 자민련 어준선 의원의 질의에 대해 우리 나라 철강산업의 발전을 위해
코렉스 공법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전총회장은 "세계 철강 부존자원의 60%에 달하는 분광을 활용하는
코렉스 공법은 우리나라의 먼 장래로 본다면 자손 만대로 살려 나가야 한다"
고 덧붙였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