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주총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구조조정과정이나 경영실적 등에 대한 문제
제기나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SK텔레콤 정기주총에서 타이거펀드가 경영권 간섭으로 파란을
일으킨 전례가 있어 상장사들은 외국인주주들의 움직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이후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주총에서
외국인주주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도 크게 늘어났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수는 11억9천만주로 97년말보다 56.4%나 증가했다.

외국인의 전체 지분율이 국내 최대주주보다 높은 상장사도 42개사에
이르고 있다.

메디슨의 경우 외국인들은 최대주주인 이민화씨보다 10배가 넘는 주식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전관 영원무역 SK텔레콤 대덕전자 코오롱전자
주택은행 등도 외국인지분율이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보다 월등히 높다.

특정 외국인이 5%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36개사에 달한다.

97년말의 27개사보다 30%이상 늘어났다.

미국 록펠러재단은 코리아써키트의 지분을 15.39%나 갖고 있다.

미국계의 대표적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 6.48%, LG화재 10.92%,
삼성화재 5.19%의 지분을 각각 보유중이다.

미국계 오크마크펀드는 롯데칠성 9.94%, 금강 8.89%, 태영 7.12% 등 우량
기업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인 만큼 경영권
획득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러나 계열사간의 유상증자 참여나 자금거래 등 기업가치를 변동시킬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지분이 높은 기업들은 최근 외국인주주의 명단과 투자성향을 파악
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이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지분율이 55%에 육박하고 있는 메디슨의 주식담당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순수한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고 밝히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써키트 관계자도 "록펠러 재단측과 여러차례 접촉해본 결과 단기적
인 이익실현 이외의 목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총때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도 "주총에서 돌출행동에 나서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
에서 외국인 주요주주들과 주총안건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송태형 기자 touhg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