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이삭 패기 시작한 수숫대가
낮달을
마당 바깥쪽으로 쓸어내고
있었다.
아래쪽이 다 닳아진 달을 주워다
어디다 쓰나
생각한 다음날
조금 더 여물어진 달을
이번엔 동구 개울물 한쪽에 잇대어
깁고 있었다
그러자다가 맑디맑은 일생이 된
빈 수숫대를 본다
단 두개의 서가래를 올린 집
속으로 달이
들락날락한다

-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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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65년 갱기 덕적 출생, 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젖은 문" 등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