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세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yslee@kiet.re.kr >

삼성과 대우가 전자와 자동차업종을 상호 교환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함으로써 5대그룹간의 빅딜은 이제 막바지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빅딜은 지난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5대 재벌총수들이 합의한
기업구조조정 5대원칙 중 하나인 사업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태동됐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업계와 당사자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많은
저항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빅딜문제는 재벌경영자들의 경영권에 대한 집착과 근로자들의 대량해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민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이해를 떠나 정부 개입의
당위성과 빅딜에 따른 사회적 갈등등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문제로 비화돼
버린 느낌도 있다.

경제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다루다 보면 그 결과가 엄청난 국민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은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따라서 순수한 경제적 시각에서 빅딜의 경제적 타당성과 효과를 따져보는
것은 이 문제에 접근하는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전제라 할 수 있다.

여기선 빅딜이 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간단한 경제이론적
모형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빅딜이 게임의 룰만 지킨다면 이해
관계자 모두가 승리하는 윈-윈(Win-Win)게임으로 끝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빅딜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는 첫째, 규모의 경제확대에서
오는 이익과 둘째, 한 산업내 기업수의 감소에 따른 과당경쟁의 완화에서
오는 이익의 두가지로 나누어 볼수 있다.

먼저 빅딜이 가져오는 규모의 경제효과를 살펴보자.

규모의 경제효과는 생산비용이 체감하는 업종들을 가지고 있는 두 기업이
업종간 교환을 통해 한 업종에 생산을 특화하게 되면 두 업종을 영위하는
것보다 서로간에 더욱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국제무역에서 두 나라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여 상호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특화함으로써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우선 가상의 A그룹과 B그룹이 모두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에 진출해
두 업종에서 모두 동일한 비용조건을 가지고 생산한다고 가정하자.

두 업종에서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단위당 생산비용이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고 있다.

빅딜을 하기 전에 A그룹은 전자와 자동차를 합쳐 +5의 이익을 내고 있고
B그룹은 0의 이익을 내고 있다.

만약 두 그룹이 전자와 자동차를 빅딜하여 A그룹은 자동차산업에 특화를
하고 B그룹은 전자산업에 특화하게 되면 비용함수에 따라 두 그룹의 이익은
A그룹 +10, B그룹 +15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빅딜은 두 그룹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껏 논의는 논리의 편의상 두 그룹간에 자동차와 전자의 비용함수가
같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두 업종간의 비용함수가 서로 다르더라도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두 그룹간에 생산성의 차이가 있어 비용조건이 다르다면 생산성이
낮은 업종을 포기하고 생산성이 높은 업종에 특화하게 되면 빅딜의 이익은
더욱 크게 된다.

이러한 상호이익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집단들이 빅딜을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먼저 그룹차원에서 사업다각화를 통해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그룹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룹차원에서 내부시장을 활용하여 사업다각화를 함으로써 범위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다각화와 관련해 주력업종을 3~5개로 하면 특화에 따른 위험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범위의 경제에 대해선 그룹내 불공정 내부거래를 엄격히 단속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