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에 대한 고용조정이 쉬울수록 고용이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2월6일자)에서 미국 하버드대
라파엘 디 텔라 교수와 독일 본 대학의 로버트 맥컬로치 교수의 연구 보고서
를 인용,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세계경제포럼(WEF)과 스위스 IMD(국제경영연구소)에서 펴내는
"세계 경쟁력 보고서"의 편찬자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석학이다.

이들은 지난 84년부터 90년까지 7년동안 미국 영국 독일 등 21개국을 대상
으로 각국의 노동시장 유연성과 실업률간의 관계를 추적했다.

우선 매년 각국의 기업인 2천명을 대상으로 자국의 노동시장 유연성 정도를
물었다.

기업들의 고용조정이 얼마나 자유로우며 고용조정에 따른 보상이 경제현실
에 비추어 적절한 가를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조사결과 7년간 노동 유연성 점수를 평균낸 수치와 각국의 평균 실업률은
반비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곧바로 고용증대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
됐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미국과 같은 수준일 경우 프랑스의
취업이 14%~3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이 늘어나면 생산이 확대되고 결국 국내총생산(GDP)도 커졌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노동시장 유연성은 취업자 뿐 아니라 경제활동인구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당장은 몰라도 궁국적으로 노동자
의 권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 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중도좌파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각국 정부는 겉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법정 최저임금 상향조정, 부친 육아
휴가제 도입, 노조권익 증진, 부당해고 보상 확대 등 오히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취해 왔다.

거대한 유권자 집단인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이들의 연구 이전에도 유사한 분석이 있기는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스탠포드대학의 에드웨드 라지에르 교수 등이
작성한 보고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OECD 보고서는 조사대상 기간이 1년에 불과했다.

라지에르 교수의 연구는 해직수당 지급 시기와 해고통보 시점 등 제한적인
상황을 대상으로만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연구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며 각국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력하게 추진할 명분을 얻게
된 만큼 거리낌 없이 진행하라고 강조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