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전직요원들이 속속
동업자로 변신하고 있어 화제다.

분야는 기업정보 판매 사업.

탁월한 정보수집력을 밑천으로 기업들에 신흥시장에 관한 투자정보를
제공하거나 정치적 위험도를 평가해 주는 것이다.

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CIA와 KGB 요원중 퇴직후 손을 잡고 정보사업에
나선 숫자는 수백명에 달한다.

미국 스프링필드에 본사를 둔 "파르브스 인터내셔널"은 KGB 대간첩본부
본부장을 지낸 빅토르 부다뇨프 장군과 미 국가안보국(NSA)의 제라드버크
전부국장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직원중 대다수가 CIA나 KGB출신이다.

미국 보안전문회사들의 모임인 미국 산업보안협회도 모스크바 지부에
35명의 전직 KGB 요원을 고용해 놓고 있다.

냉전시대 첩보전의 주역이던 이들이 뭉치고 있는 것은 기업정보 장사에서
서로가 최상의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정보 회사들은 주로 미국 기업들에 러시아등 투자대상국의 정치정보나
기업자료 등을 제공한다.

현지를 방문하는 기업 임원들의 신변경호를 맡기도 한다.

따라서 이분야 세계 최정예들인 이들 "전직"들 만큼 적절한 인재들도 없는
셈이다.

특히 최근 극심한 정치 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기업정보
및 경호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KGB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상당수 요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KGB는 지난 91년 여러개의 독립 정보기관으로 분산되면서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해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서방의 기업정보회사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이에대해 "CTC 인터내셔널"이란 기업정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전직 CIA요원 프레드릭 루스트먼은 "CIA나 KGB 출신들은 이 방면에서는
최고"라면서 "러시아에선 적은 돈으로 4개국어에 능통한 KGB 전직요원을
차량과 함께 고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서구 기업정보 회사에 고용된 전직 KGB 요원들은 그러나 "외국기업들
이 러시아에 투자를 계속하도록 돕는다는 면에서 국가를 위해 일하기는
마찬가지"고 주장하고 있다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