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후 2시 서울 외곽 구파발.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고양방향으로 가던 고철주(34.회사원)씨는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근로자 2명과 합승을 하게 됐다.

그런데 고씨는 택시기사가 새로 합승을 하려는 그 외국인들에게 던지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대뜸 묻는 말이 "어디가"였다.

반말이었다.

그 외국인은 그런데도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투로 "고양이요"라고 대답했다.

"고양 어디야. 고양이 다 네 집이야"는 다그침에 그들은 겨우 "백석"이라고
말하고는 뒷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도무지 손님과 택시기사의 관계로 생각되지 않았다.

무례를 넘어선 기사의 "외국인 무시"는 운행중에도 계속됐다.

"얘들 말이죠, 거지나 다름없어 보이죠? 그래도 자기나라에서는 일류대학
나온 엘리트들도 많데요. 공장에서 받는 월급이 자기네 1년치 월급과 맞먹는
돈이랍니다. 엄청 벌어가는거죠"

택시 합승까지 할 수 있을 정도면 뒷좌석 외국인들도 한국말을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을텐데 택시기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말투였다.

백석에 도착해 요금을 치를 때도 택시기사는 당당한 태도였고 승객인 외국인
근로자는 대단히 송구스런 자세였다.

도저히 서비스를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간의 정상적 거래 광경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그 택시기사는 국내에 있는 전형적인 "어글리 코리언"이었던
것이다.

얼마전 베트남에서는 한국인 공장에서 일어난 베트남근로자 구타문제로
한국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베트남의 언론들은 한결같이 "구타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몸에 배인
문화적 관습이다"라고까지 혹평하고 있다.

따이한은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기는 커녕 형편없는 폭력민족이라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등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지난해만도 1만여명.

이들은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적 멸시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선진국에 나간 한국의 근로자들이 근거없이 거지취급을
받거나 구타를 당했다면 기분이 어떨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가 받고 싶지 않은 대접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다"
는 것이 예절의 기본이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