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경제에 "우크라이나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상황에 직면하자 루마니아 체코 등
이웃 동유럽국가들이 우크라이나 경제위기권내로 급속히 빨려들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9일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5개월만에
다시 통화를 25% 평가절하했다.

세르게이 티히코프 부총리는 이날 흐리브나화의 변동폭을 지금까지의
달러당 2.5-3.5흐리브나화에서 3.4-4.6으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외화가 부족한 우크라이나로서는 이번 평가절하로 외채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돼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지금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사회의 도움없이는
몇달도 버티지 못할 지경이다.

올해 20억달러의 외채를 갚아야 하나 외환보유고는 11억달러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흐리브나화 평가절하의 시작 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의 우크라이나 사무소 책임자 윌리엄
센키우는 "흐리브나화 가치가 올연말에는 달러당 7.5흐리브나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경제가 붕괴직전이지만 정작 유일한 "구세주"인 IMF는
우크라이나를 외면하고 있다.

IMF는 작년 11월 22억달러의 우크라이나 지원계획을 보류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올들어 3차례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IMF는 자금줄은 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경제의 붕괴도 큰일이나 더 심각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체코 루마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서방측의 경제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이에따라 서방의 동유럽투자가 줄면서 경제성장을 위한 실탄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올해 동유럽권으로의 자금 유입액이 지난
97년의 절반인 3백40억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만큼 올해 동유럽의 경제전망이 어둡다는 전망이다.

동유럽은 작년 8월의 러시아경제위기로 홍역을 치른 터라 경제위기에
대한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런 판국에 "우크라이태풍"까지 맞았으니 온전할 리가 없다.

동유럽경제는 이미 침체조짐이 역력하다.

체코가 작년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락하고 루마니아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및 석탄근로자들의 대규모 시위등으로 파탄위기에 놓여 있다.

동유럽 경제 대국인 폴란드는 작년 성장률이 3%선으로 크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경제위기는 우선 루마니아를 강타한 다음 동유럽
전역으로 펴져나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