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능력있는 외국인을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할 정도로 기업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전략컨설팅업체인 AT커니의 패트릭 번 사장(CEO)은 한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선진기업의 성공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때론 경험이 풍부한 외국인을 전문경영인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조조정이 반드시 "빅딜"과 같은 합병방식으로 이뤄지는게 능사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업의 체질을 바꿔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데 있는
만큼 획일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우리나라를 찾은
번 사장은 "한국은 성장가능성이 큰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한국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번 사장은 언스트&영에서 파트너 컨설턴트로 활동해 오다 지난 89년부터
AT커니에서 근무해 왔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들이 추진한 구조조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는 한국 기업들로 하여금 구조조정을 서두르게 한
계기가 됐다.

한국 기업들은 다른 국가의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구조조정에 앞장서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중 가장 먼저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폭과 속도면에서 아직은 미흡하다.

사업 재구축이란 모든 조직과 사업 단위, 그리고 경영시스템을 전략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은 사업재구축을 하면서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업을 재구축하면 예전에 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사업 재구축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시방편적인 처방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개혁을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

-AT커니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선호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AT커니는 1년에 2차례씩 전세계 1천개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국가별 직접투자 선호도를 조사하고 있다.

국가별로 외국인 투자환경이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 혹은 악화됐는지를 파악
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조사에서 한국의 투자순위는 16위로 지난해 6월의 21위에 비해
높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및 기업의 구조개혁이 지속되고 정부도 각종 규제를
없애고 있는 점을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경제선진국인데도 최근 선호도 조사에서 19위에
불과했다.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개선돼야 일본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해당 국가의 투자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면서 관련 컨설팅시장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인데.

"5대그룹간 빅딜을 포함해 민간부문의 사업 재구축으로 합병후 통합작업
(post-merger integration work)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사업재구축작업을 벌이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외부의 도움을 원할 것이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복잡한 문제가 한꺼번에 빚어질 때 컨설팅기관들이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시장구조가 경쟁적으로 급격히 바뀔 때는 그에 상응하는 기업전략을
세워야 한다.

조직 및 시스템통합 사업포트폴리오 리스크관리 등도 합병후 통합작업에
포함되는 것들이다"

-한국 시장에서 AT커니의 마케팅 전략은.

"먼저 지적 자산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역량을 제대로 알려야 고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AT커니는 새로운 경영기법을 개발해 고객이 가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아무리 좋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도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효과를 볼 수 없다.

우리는 일시적인 효과를 보는 것보다 핵심 과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T커니는 다양한 산업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정보통신 하이테크
금융기관 자동차 정유 및 에너지산업에 많은 노하우(know-how)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산업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고객의 성공이 바로 우리사업의 목표라는 인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미국 컨설팅업계는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미국 컨설팅업계의 최근 흐름은 고객에 밀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프로젝트를
추진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90년대초까지 컨설팅이 자문(Advice)과 지원(Assistance)에 국한된 것이라면
지금은 실행(Implement)하고 결과를 지켜 보는 일까지 한다.

AT커니는 고객사에 직접 투자해 그 결과를 나누기도 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컨설팅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경쟁력있는 업체들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경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데 컨설턴트로서 미국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는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앞으로도 2%내외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기간이 이렇게 긴 것은 성장을 이끄는 주력산업이 제조업
이 아니라 정보기술(IT) 금융 등 서비스산업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분야에서 혁신적인 상품이 계속 선보일 경우 경제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 금융여건이 호전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곤란하다.

한국 기업들은 최소한 앞으로 수년동안 경쟁력을 높이는데 배전의 노력을
펼쳐야 한다.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은 소비가 살아나고 외국인투자가 다소
회복되고 있는 사실에 따른 것일 뿐이다.

결코 기업 체질이 바뀌어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입 감소로 무역수지흑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되살아
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수입감소는 주로 자본재 등 설비분야에서 이뤄진 것이다.

설비투자가 줄면 미래의 성장기반이 약해지게 마련이다.

더욱이 한국 기업들은 부채비율이 높을뿐 아니라 자유경쟁 가치경영 회계의
투명성 측면에서 취약한 점들을 아직 뚜렷하게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문제는 금융분야에서 시급히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이이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