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에서 나온 판결인데, 주된 내용은 불심검문과정에서 일반인에게
피해를 준 경우에 국가가 그 사람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때 데모가 극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도심에서 데모가 있을 거라는 얘기가 있게 되면 전경들이 많이 배치됩니다.

특히 지하도입구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전경들이 배치되는데, 이번
판결이 나온 배경이 바로 이 지하도 입구에서 벌어진 불심검문 때문이었습니
다.

서울에 사는 조씨는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날 시내에 나갔다가 지하도 입구에서 불심검문을 받게 됐습니다.

조씨는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은 전경들로부터 불심검문을 받았는데, 전경
들은 조씨에게 다짜고짜 가방을 열고 주민등록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경들의 거친 태도에 기분이 상한 조씨는 주민등록제시 요구에 일단 불응
했는데, 그러자 전경들의 태도가 더 난폭해졌고, 결국 조씨는 주민등록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경들은 조씨의 가방까지 열고 소지품을 검사했는데, 조씨의 가방에서
나온 취업준비자료들을 보그는 "너 같은 놈이 취업이 되겠느냐"는 등의
폭언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조씨에게 면박을 주었습니다.

결국 조씨는 그 자리에서 30분 가량 봉변을 당하다가 주민등록증을 돌려
받고 헤어나게 되었는데, 도저히 이 일을 묵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조씨는 이 일로 다친 자신의 자존심에 대한 보상으로 국가를 상대로 조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1천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불심검문 과정에서 전경들의 난폭한 언행으로 인하여
조씨가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국가로 하여금 조씨에게 위자료로 3백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번과 같은 내용의 판결들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공권력이 남용돼서 일반인들이 피해를 입는 일들이 많이 줄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사실 지금까지 보면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너무 위압적이라는 지적도
많았고, 그래서 피해를 입은 사람도 볼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부당하거나
또는 비정상적인 공권력 행사로 인해서 피해를 입게 되면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조씨처럼 과감하게 법에 호소해서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아내는
시민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 변호사.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