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식 <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GEPCODE5@hitel.net >

스포츠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닌 나에게, 얼마전 모일간지 스포츠난
에 실린 프로농구팀 LG세이커스의 "이충희"감독에 관한 기사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가 맡은 이 팀은 창단된 지 겨우 2년째 되는 신생팀인데다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구 전문가들은 아무리 잘 봐줘도
중위권을 벗어날 수 없는 약체로 분류했다.

그러나 창단 첫 해인 작년에 보란 듯이 정규시즌 2위에 올랐고, 올해에도
2위(2월6일현재)를 달리고 있다.

이를 놓고 이변이라고만 우길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팀만의 분명한 색깔이 아닐까 한다.

현역시절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인식되어진 바로 그 사람이 이 팀의
사령탑을 맡으며 "탄탄한 수비농구로 승부하겠다"고 해 모두를 놀라게
했었다.

"공격은 천재성이 필요하지만 수비는 성실하기만 하면 된다"는 그의 믿음을
바탕으로 체력, 조직력, 정신력 그리고 신뢰가 어우러진 탄탄한 수비벽이
만들어졌다.

이충희 감독은 남들과 비슷해지기보다 잘하는 것을, 또한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게끔 핵심역량을 극대화하는 확실한 색깔로 프로농구계에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세계화, 정보화된 지구촌에서 살고 있다.

말 그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건, 조직이건, 국가이건 어설프게 남을 모방만 하다간
앞서는 것은 고사하고 살아 남기 조차 힘들 것이다.

따라서 독특하고 분명한 색깔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분야가 많이 나와야
하겠다.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를 살리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길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충희 감독에게 "파이팅"을 외쳐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