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즉각 실사에 나선 것은 최순영 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악영향을 일단 최소화하려는 의지라고 볼수 있다.

보험가입자들의 동요를 막고 혹시라도 있을지도 모를 금융시장 혼란을
막으려는 것이다.

실사를 통해 부실이 나타날 경우 이를 조기에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또 그동안 추진중이던 외자유치를 정부가 나서 성사시킬 가능성도 엿보인다.

최 회장의 신변변화가 대형보험사인 대한생명의 앞날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인사권을 비롯 경영전반에 직접 간여해 왔다.

보험사업이 대내외 이미지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대한생명뿐만 아니라 보험업계 전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감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 대형보험사인 메트로폴리탄 라이프와의 외자협상이 어떻게 진전될지도
관심거리다.

경우에 따라선 대한생명의 대주주가 외국보험사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외자유치의 막바지단계에서 이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한국경제 전체에 대한
대외 신인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대한생명의 앞날은 무엇보다 수많은 계약자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년말 현재 이 회사의 보유계약고은 총 1백13조5백81억원에 달한다.

계약건수만 줄잡아 1천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금융감독원은 12일 대한의 자산부채실사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만의 하나 계약자들이 동요하면서 해약사태로 번질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장 해약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
이라고 말하면서도 계약자 보호차원에서 현황 파악에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도 "이번 사건은 최순영 회장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켜야 한다"며 "예상외로 비화될 경우 보험업계는 물론 자금시장이나
증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대한생명은 작년 11월말 현재 기업및 개인에게 6조8천억원을 대출해 주고
있다.

보유한 유가증권은 국공채 1조8천82억원 주식 1조69억원에 달한다.

국내 자금시장과 증시에서의 막강한 영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기관투자가
라는 얘기다.

만약 해약사태로 이어질 경우 대한생명은 갖고 있는 유가증권을 팔거나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을 상환시켜 계약자에게 환급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생보업계 전체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지면서 다른 보험사 영업
까지 영향을 줄 경우 그 여파는 상상외로 커질 수 있다.

대한생명의 앞날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3백억원, 지분도 최순영 회장 일가와 계열사에 집중돼
있다.

만약 금감원 실사결과 자산보다 부채가 많을 경우 부실생보사 처리방침에
따라 감자(자본금 줄임) 등을 통해 기존 주주들을 배격하고 매각 등을 통해
경영주체를 바꿀 수도 있다.

메트로폴리탄에 의한 경영도 상정해볼 수 있다.

이는 현재 적극 검토되는 7개 부실생보사 처리와 맞물려 국내 생명보험산업
의 판도를 바꾸는 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실사결과 기업경영이 견실하다고 판단돼 현행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 송재조 기자 songj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