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 2기 체제 출범은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재계는 "일 만들기"를 좋아하는 김 회장이 전경련 사무국을 "몰아칠" 경우
대기업 경영관행 전반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고 최종현 회장 추천으로 차기회장에 내정된 후 회장대행
(7월)을 거쳐 작년 9월부터 제24대 회장으로 일해 왔다.

당시는 그러나 전임회장의 잔여임기인데다 "준비없이" 맡은 회장직이어서
그의 꿈을 펼칠 시기가 못됐다.

2기를 맞은 이날부터가 "재계 총수"로서 김 회장의 진정한 첫발인 셈인
것이다.

<> 변화의 중심은 전경련 =김 회장은 사무국부터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가만 앉아서 "회비값"만 하는 전경련 사무국이 돼서는 안된다는게 김 회장
의 주문이다.

이날 전경련 회장단과 이사회, 위원회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김 회장은 우선 그동안 "사랑방"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회장단
회의를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업종별 대표로 영입된 부회장 5명에게 "자주 나와서 좋은 말들을
많이 해달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회장단이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만나자는 것이 그의 요구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이 정말 윤리적으로 활동하는지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도
부여받았다.

김 회장은 기업윤리헌장에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제명 등 엄정한 자율정화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사무국은 기업윤리위원회를 만들어 분기별로 회의를 가지면서
재계의 "감사원" 내지 "공정위" 역할을 할 계획이다.

김 회장 스타일을 볼 때 전경련 사무국은 경제위기 극복이 완전히 가시화
되기 전까지는 "비상체제"로 운영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뛰면서 문제를 찾아내는 전경련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 대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재계 구심체로서 전경련의 변화는 곧바로
대기업 경영관행의 전환과도 직결된다.

기업들로서는 각각 생존의 논리에 입각한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국민경제적
인 차원에서 희생할 각오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 회장이 "전경련 비전 2003"에서 제시한 대로 각 기업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한 각종 활동에 상당한 경영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기업이 먼저 변하자"는 김 회장의 선언에 철저한 유대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각 기업별로 집행하던 사회봉사 프로그램도 전경련으로 몰아줘야 한다.

대기업들은 또 올해 전경련 사무국으로부터 경영투명성을 높이라는 "채근"
도 받게 됐다.

뿐만 아니다.

수출총력체제 구축을 통한 흑자기조 정착도 기업들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것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추려는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아이디어가 풍부한 김 회장의 성격상 재계 총수들이
자주 모이고 이벤트도 벌이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산적한 과제들 =김 회장은 이처럼 "하고 싶은" 일 외에도 할 일이 적지
않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로 경제회생과 새로운 성장을 담보할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 그와 전경련에 부여된 과제다.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지적한다거나 규제철폐를 외치는 것은 대기업
단체로서의 전경련에 부과된 당연한 의무였다.

"국민의 경제단체"가 되려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시대적인 소명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재계 관계자들은 전경련의 "기업가 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경련은 이미 60년대 울산공업단지를 만들고 수출산업을 국가전략을 꼽아
한강의 기적을 선도한 예가 있다.

정부와 대결 구도가 아니라 "2인3각" 체제로 외자를 유치하고 경기를 회생
시켜 새로운 발전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