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영 < 중앙대 국제대학원장 >

DJ노믹스의 핵심은 시장경제를 민주주의와 함께 동시 창달하는데 있다.

민주주의의 요체가 책임정치에 있다면 시장경제의 원리도 자유경쟁을 통하여
이익의 사유화를 보장하지만 경제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힐 필요가
있을 때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데 있다.

이제 DJ노믹스의 시행도 1주년을 맞게 된다.

6.25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지난 1년동안 DJ경제개혁은 때로는 신관치
라는 비판 속에서 금융.기업.공공부분.노동부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이 발생했을 때, 기업경영이 부실화되었을 때, 정부와
공기업의 경영이 잘못되었을 때, 노사관계가 상호 파괴적일 때 그 책임을
가리고 손해배상 책임을 공평하고 투명하게 제도화하는데 노력했다.

고도성장 기간동안 수천억, 수조원에 이르는 은행대출이 부실화되었는데도
책임추궁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이 없었기 때문에 금융부실과
기업부실의 악순환 고리가 우리 경제의 악성 종기로 번져 갔다.

권익을 주장하는 데는 사기업의 논리를 세우면서도 부도직전에 이르러서는
국가이익과 국민기업의 명분으로 구제금융이 제공되던 정경유착의 관행이
동남아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제투자가의 준엄한 철퇴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WTO(세계무역기구)체제로 무역과 투자에서 자유화가 본격화되고
금융의 글로벌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책임자본주의의 실천 없이는 더이상
우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금융.기업.공공부문과 노동부문에서 야기된 부실과 도덕적 해이의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의 완성이 필요할 때 DJ노믹스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1년간 DJ노믹스의 정책기조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정크본드
수준이었던 국가신용도를 투자적격으로 끌어올리고, 외환 보유고를 5백억달러
이상 확보하고 총외채의 70%이상을 장기채 위주로 바꾸는 성과를 거두었다.

브라질 러시아 등에서 외환위기가 내연하고 있지만 우리경제는 일단
안전지대로 대피된 셈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IMF구제금융국가에 비교하여 구조조정의 기본틀
과 이행이 가장 양호한 것으로 국제사회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DJ노믹스의 실천은 집권 2년째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은 절대 1~2년의 단기로 끝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정부부문과 공기업들이 개혁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구조조정 경험에서 보듯이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

책임자본주의의 제도적 틀을 완성하는 것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새로운 틀
속에서 경제행위가 작동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초지일관되게 감시하는 노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혁에 대한 기득권의 조직적 저항을 DJ노믹스는 극복하여야 한다.

그동안 향유하던 불로소득원의 보호를 위하여 이들 세력은 우리사회에서
막강한 정치적 힘을 아직도 발휘할 수 있다.

내년에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나 대중적 순간인기에 영합하여 개혁의지가
굴절된다면 개혁은 반쪽 개혁에 그치고 라틴아메리카의 신드럼이 얼마든지
이땅에도 재현될 수 있다.

정부는 자유경쟁에 원천적으로 부적격 사유를 가지고 있는 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환경 치안 등 공공재 영역에도 경쟁원리를 조속히
정착시키는 한편 탈 IMF 국가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탈 IMF의 경제 활력은 경제주체들의 창의력과 이윤동기를 최대로 조장하여
개혁의 과정에서 정부의 "보이는 손"으로부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확실하게 이양하는 체제를 갖추는데 있다.

한국경제는 산업발전 단계로 볼 때 브라질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와 같이
선진국으로부터 사양산업을 물려받아 발전을 추구하는 모델에서 졸업하였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과 함께 비메모리 반도체.자동차.정보화 산업 분야 등
에서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을 하여야 한다.

약물복용이 판명되면 올림픽 금메달이 박탈당하는 것처럼 우리는 선진국과
동일조건에서 세계적 경기에 출전한다는 자세가 온국민에 정립되어야 한다.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개혁, DJ노믹스가 지향해야할 리더십이다.

DJ노믹스는 한국경제의 선진화의 장기 초석을 놓는다는 경제사적 관점에서
탈정치화와 함께 후세 역사가의 평가를 받는다는 각오 아래 개혁을 지속적
으로 추진할 때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