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창업하고 싶어하는 옛 동료들에게 치킨점을 해보라고 권해요"

서울 상도동에서 바비큐보스(02-581-7521~9)를 운영하는 윤경섭(48)씨는
사람 좋아보이는 동네 통닭집 아저씨다.

하지만 그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던
말끔한 모습의 회사원이었다.

19년간 근무하던 유한양행을 지난 97년12월에 그만둔 윤씨는 지난해 3월
평소 즐겨먹던 치킨을 파는 장사를 시작했다.

"자화자찬 같지만 우리집 닭은 정말 맛있어요. 한번 먹어 본 손님들은 다른
집 통닭은 느끼해서 못먹겠대요"

그는 길목마다 흔한 것이 치킨집이지만 바비큐보스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맛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집에 비해 담백하고 고소하다는 것이 그의 자평이다.

바비큐보스의 치킨맛은 조리과정에서 나온다.

보통 통닭집에서는 닭을 그네에 태워 전기로 굽지만 바비큐보스에서는
장시간 열처리를 통해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그 닭을 식혀서 숯불에
굽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닭고기의 골칫거리인 콜레스테롤이 거의 다 제거된다.

이 때문에 바비큐보스의 닭은 당뇨병환자들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윤씨의
설명이다.

메뉴는 7가지.

이중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이 숯불소금구이와 매운맛 숯불바비큐다.

바비큐보스 상도동점은 진한농축산이 운영하던 직영점이었다.

상도동에 살면서 바비큐보스에서 종종 치킨을 사먹던 윤씨는 맛이 좋고
장사가 잘 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진한농축산측에 인수를 제의
했다.

창업비용으로 8천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었지만 매출이 안정궤도에 오른
점포를 인수했기 때문에 창업 초기의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또 진한농축산측에서 재료와 소스를 모두 공급해줘 조리경험이 없는 윤씨
로서도 별 탈없이 가게를 꾸려 나갈 수 있었다.

윤씨의 경우 10평짜리 상도동 점포를 인수할 때 권리금과 임대보증금을
포함해 8천만원의 거금이 들었지만 새로 창업하는 사람은 4천만원 안팎이면
점포를 오픈할 수 있다.

하루 매출은 60만원 정도인데 매출의 약 47%가 재료비로 나간다.

여기에서 인건비와 재료비를 제외하면 6백만원가량이 윤씨손에 떨어진다.

동네 장사이기 때문에 윤씨는 서비스에 가장 중점을 둔다.

고객들을 다 기억하고 아이들과도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콜라와 무료안주를 풍족히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사에서 제작한 달력
시계 등의 판촉물도 부지런히 나눠 준다.

베푼 만큼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1년 가량 그렇게 하다보니 이제 고객들이 모두 가까운 이웃이 됐다.

윤씨는 회사에 다닐 때보다 수입이 많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완전한 장사꾼으로 변신한 윤씨는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 특유의
자신감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회사 다니던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처음엔 체면을 버리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마음도 편하고 수입도 좋고 다 좋습니다. 오히려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이 사업을 권해 주고 싶을 정도가 됐어요"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