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업에만 초점을 맞춘 "우물안 개구리식" 기업 구조조정으로는 대형
합병이 몰고올 세계산업의 지각변동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대형합병의 확산과 업계재편"이란 보고서에서
"국내기업의 구조조정은 세계산업 재편이란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합병 금액기준 상위 10위중 9건이 지난 98년 이후
성사됐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세계산업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대형
합병이 또다른 합병을 유발하는 "합병 도미노 현상"까지 가세하고 있기 때문
이다.

자동차의 경우 다임러벤츠-크라이슬러, 포드-볼보 등 규모와 자금면에서
막강한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합병을 주도하고 있다.

향후 4백만대 이상의 생산능력과 세계일류 브랜드 및 막대한 기술개발비를
부담할 수 있는 자금력과 개발능력을 갖춘 6개 정도의 소수업체만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보고 있다.

화학산업의 메이저업체는 인수.합병을 통해 오는 2000년까지 10여개로 축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업계의 경우 뱅크아메리카 등 세계 10대 금융기관 대부분이 90년
이후 합병을 통해 탄생했을 정도로 합병이 일상화되고 있다.

한국은 이에비해 수퍼뱅크라고 불리는 한빛은행이 세계 1백대 은행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2백만대의 생산규모를 갖춘 현대자동차도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GM의
4분의 1 규모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형합병을 통해 규모 기술 네트워크
에서 절대우위를 확보한 세계 선진기업들은 국내업체에 대해 종속을 강요할
것"이라며 우리 산업계가 이러한 변화를 무시한다면 도태되고 만다고 지적
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