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절벽위 자그마한 땅에 자리잡은 사찰.

발 아래론 고요한 남해바다가 펼쳐져 있다.

여명이 칠흙같은 새벽을 깨우면 검은 바다는 제 빛을 찾아가고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그 떠오르는 태양에서 원효대사는 부처의 자비로운 얼굴을 보았을까.

여수 돌산도의 남쪽끝을 향해 달려가면 임포마을에 이른다.

그곳 금오산에 위치한 향일암.

바다로 헤엄쳐가는 금거북의 등을 타고 앉은 형세의 이 사찰은 해돋이와
낙조풍광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향일암은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남해의 2대 관음도량으로 불린다.

경치가 아름다울뿐 아니라 "기도에 효험이 있다"고 소문나 불자와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임포마을에서 향일암까지는 걸어서 15분정도.

다소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거대한 바위가 한사람 겨우 지나갈
정도의 틈새를 두고 방문객을 맞는다.

"반야문"으로 불리는 이 바위틈을 지나면 탁 트인 벼랑위에 자리잡은
향일암이 나선다.

대웅전앞에 서면 남해바다와 기암절벽에 우거진 동백나무숲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3월말까진 일주문을 세우고 진입로에 계단을 놓는 공사가 진행중이라
우회로를 이용해야 한다.

대웅전 옆으로 난 길을 올라가면 원효대사가 수도한 곳으로 알려진
관음전이 나온다.

이곳 역시 모든 욕심을 버리고 겸허한 자세를 가지라는 뜻인듯 바위사이로
난 좁은 길을 통과해야 다다를수 있다.

관음전 옆엔 해수관음상이 인자한 미소를 지은채 서있다.

좀더 다리품을 팔아 금오산 정상(323m)에 오르면 시원스레 펼쳐진 남도의
전경을 만끽할수 있다.

흔들바위, 선바위등의 기암괴석도 눈길을 끈다.

금오산의 모든 바위는 신기하게도 거북등처럼 갈라진 줄무늬가 있다.

이같은 거북과의 인연으로 향일암은 "영구암"으로도 불린다.

돌산대교를 지나 향일암에 이르는 길은 남도 섬마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수
있는 명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무술목해변, 방죽포해수욕장등의 명소가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든다.

<>가는길=호남고속도로를 경유해 남해고속도로 순천IC로 진입, 17번
국도를 따라 40km 쯤 달리면 여수시내에 들어선다.

시내에서 돌산대교~동백골유원지~방죽포를 거쳐 임포 향일암주차장까지
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여수까지 항공편이나 전라선열차,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여수시내에서 향일암까지는 111,101,108번등의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돌산대교에서 향일암까지 운항하는 배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루2회 운항이 기본이지만 여행객이 많은 시기엔 수시로도 운항한다.

요금은 6천8백원.

<>숙박.별미=향일암입구 임포마을엔 백림모텔(0662-644-4730)등 여관과
음식점을 겸한 민박집들이 있다.

여수시내엔 비치호텔(0662-663-2011)등 일반호텔과 장급여관이 많다.

돌산 갓김치는 이 지역의 별미이자 대표적인 특산물.

돌산도나 여수시내 식당에서 쉽게 맛볼수 있다.

여수농협 죽포지점(0662-644-2187)이나 돌산갓김치 공장(0662-644-2185)
에서 갓김치를 kg당 5천원에 판매한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