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국민과의 TV대화를 준비하면서 "경제재건의 희망"과
"더욱 철저한 개혁을 위한 인내"라는 두가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월과 새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해 5월의 TV대화
때는 "고통분담" 호소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권한지 1년이 됐고 우리 경제도 하반기부터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는 동시에 경제위기의 꼬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미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달전 실무진이 TV대화 준비에 나서면서 "희망"을 주제로 삼을 것을 건의
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단순치 않다.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대화에 임하면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경제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당초 "대통령의 입장"에서 국민이 알아야 할 것들을
알리는데 강한 의욕을 보였으나 TV대화를 준비하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알고 싶어하는 것을 주로 챙겼다는 전언이다.

김 대통령은 경제회복의 희망이 사회분위기 이완으로 이어져 사치 낭비와
외국여행 급증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경계심을 갖고 있었으나 대외통상
마찰 우려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건전한 소비"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TV대화를 위해 실무진과 세차례의 모임을 가졌으나 실제
상황처럼 리허설을 하기보다는 예상질문에 따른 답변을 읽고 보완하는 독회
형식으로 진행했으며 20일 저녁에도 관계수석들로부터 추가 답변자료를
제출받았다.

또 정치현안에 대해선 원론적 언급에 그치고 자세한 것은 24일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으로 미뤘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