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를 통해 올바른 결론을 내려면 비교되는 특성 이외의 다른 조건은
거의 같아야 한다.

미국의 한 식빵회사가 자기 회사의 빵은 칼로리가 낮다고 크게 선전을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실제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회사 식빵의 칼로리도
역시 다른 회사제품과 같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그 회사는 칼로리의 차이가 난다고 선전을 했을까.

칼로리를 조사할 때 자기 회사의 식빵은 얇게 썰어 조사했고 다른 회사
제품은 두껍게 썰어서 조사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칼로리의 차이는 조사한 빵의 양 차이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 나라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은 국민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96년 통계에 따르면 차량 1만대당 사망자수는 17명으로 세계 5위.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는 23명으로 세계 3위다.

이 부끄러운 기록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것이 우리의 철저하지 못한
안전의식이다.

그러나 이런 숫자만의 단순한 비교에도 문제는 있다.

다른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승용차의 연평균 주행거리는 94년을 기준으로 2만5천km라고 한다.

이는 일본(1만km)의 2배가 넘는 거리이며 국토가 넓어 장거리운행이
불가피한 미국(1만6천km)보다도 훨씬 긴 거리다.

차를 많이 굴리면 사고발생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도로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정치적 정책적 결정으로 급조되는 도로도 많고 행정조직상 도로설계
부서에서 교통안전을 중요하게 고려하지도 않는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도로 중에서 사고 위험성이 높은 급커브,
급경사 구간이 6백34곳이나 된다고 한다.

교통안전시설도 크게 미흡하다.

뒷골목 구석까지 교통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사고예방을 위해 우리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난폭한 운전습관을
고치려 교통사고 발생의 후진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다른 조건들이 크게 다르다는 것도 인식해 그것들을 개선하는
것에도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해마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어느 고교가 서울대에 몇 명의 합격자를 냈는가
하는 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곤 한다.

이 숫자는 어느 학교가 명문고인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는 여러 다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평준화 고교와 비평준화 고교, 지방과 대도시의 학력격차 등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격자 숫자만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합격자 수를 비교할 때 학급수가 15학급인 8학군의 고교와 5학급
정도인 소규모학교를 그냥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비교가 그대로 고등학교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현실은
입시위주로 되어 있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

김진호 < 공군사관학교 교수 gemkim@hanmai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