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트럭이라 함은 보통 픽업, 밴, 그리고 SUV(Sport Utility
Vehicles)라고 지칭되는 레저용 자동차를 모두 포함한다.

60년대만 하더라도 경트럭은 농부나 목동, 또는 상인이 직업상 짐을
나르는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경트럭을 개인용 승용차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는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통계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1987년에서 1997년간 미국의 경트럭 구매자 수는 47%나 증가하였다.

이같은 경트럭 수요증대에 힘입어 총 자동차 판매에서 트럭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7년에 31%였으나 1997년에 45%로 상승하였다.

멀지않아 트럭의 판매비율은 승용차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한 조사통계에 따르면, 1977년에 트럭 구매자들 중 25%가 개인용
목적으로 트럭을 사용했던 반면 오늘날 개인용 목적의 사용자는 70%에서
80%에 달한다고 한다.

자동차시장이 성숙되어 있는 미국에서 이와같은 수치변화들은 상당히
주목할만한 것이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경트럭을 개인승용차로 사용코자 하는 욕구에 발맞추어
왔다.

60년대에만 하더라도 대형 픽업과 밴의 두 종류만이 경트럭 제품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경트럭 제품은 대형, 중형, 컴팩트형의 픽업과 밴, 그리고
SUV으로 세분된다.

여기다 메이커들은 경트럭에 승용차에서나 볼수 있었던 옵션들을 집어
넣는데 노력해 왔다.

그렇다면 미국인은 왜 이다지도 경트럭을 선호하게 되었는가.

휴턴이라는 한 자동차 컨설턴트는 이에 대한 하나의 대답으로서 개척자의
영웅신화를 들고 있다.

미국인은 그 어느 나라의 국민보다도 영웅적 개척자의 후예라는 의식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으며, 따라서 과거 카우보이나 기병대와 같은 개척자의
선두로서 모험의 세계에 자신을 던지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고 한다.

이러한 욕구는 숨막히는 일상에서 억압을 느낄수록 더 한층 분출된다고
한다.

험한 산악이나 평원을 질주하는 개척자의 도전적 모습을 자신에게서 찾고자
안락한 승용차보다 운전하기 거친 경트럭을 선호한다는 휴턴의 분석내용은
자동차 메이커의 마케팅 활동을 보더라도 쉽게 납득될수 있다.

니산(Nissan)은 자사의 경트럭에 패스화인더(Pathfinder)라는 이름을
붙였다.

직역할때 이 이름의 뜻은 "길을 찾는 자"인데, 니산은 남아메리카의 험한
산악지대에서 패스화인더를 타고 모험하는 부부를 광고에 등장시켰다.

포드(Ford)는 자사의 SUV에 익스플로러(Explorer)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탐험자라는 뜻이다.

익스플로러의 광고에서 포드는 도시를 탈출해 산림이나 해안의 적막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등장시켰다.

결국 경트럭의 선호는 개척신화와 첨단 현대문명이 어우러진 미국문화의
소산이라고 판단된다.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경트럭으로 몰리는 사람들 앞에서 주행감이
좋고 핸들이 부드럽다는 식의 마케팅 활동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과거 몸통만 큰 스텔라가 왜 우리 사회에서 인기를 누렸는지 한번 생각해
보아도 자명할 것이다.

자동차가 문화상품임을 인식할때 우리는 미국시장에 제대로 들어갈수 있을
것이다.

현용진 < 아주대 교수 yhyun@madang.aj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