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금금리(FFR)와
재할인금리를 3회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미국의 시중은행들도 FRB의 금리인하 정책에 따라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각 0.75%포인트씩 인하해 예금금리는 연3% 수준, 대출금리는 연5%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출금리는 아직도 연 12%수준으로 미국의 5%, 일본의 2.5%,
독일의 4%, 영국의 5% 수준보다 3~5배 높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터무니없는 시카고학파의 "금리자유화"와
"실질금리" 이론에 따른 금리자유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 공급은 중앙은행이 정책으로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 수급에 따라
시장에서 금리가 결정돼야 한다는 "금리자유화"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시중은행 단기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Base Rate)를 결정해주고 있다.

독일의 분데스방크는 롬바르트금리로 대출상한금리가 되도록 하고 있다.

FRB는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금리로, 일본은행은 0.5%의 재할인율이
1년 정기예금금리의 기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0.5~2% 범위내에서 결정토록 불문율로
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금리변동정책에 시중은행이 따라가지 않는다면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기능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각국 중앙은행의 이와같은 금리정책기능 때문에 폴 새뮤얼슨은 "윌리엄
로저스"의 말을 인용해 인류의 3대 발명품으로 "불" "수레바퀴" "중앙은행"을
꼽고 있다.

인류 역사상 사채성 고금리가 생산과 고용증가로 국부와 소득을 창출하는
기업을 도산시키는 것을 보다 못해 셰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의 주인공
샤일록을 부도덕한 고리채업자로 규탄했다.

그로부터 고금리는 세계 각국에서 죄악시되고 고금리를 해소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을 창조했다.

잉글랜드은행은 지폐를 0.01%의 경비로 인쇄해 0.5%의 저금리로
시중은행에 대여했다.

시중은행들은 이 돈으로 생산.고용.소득 국부를 동시에 창조하는 기업가
에게 2~3%의 저리자본을 공급함으로써 영국의 산업혁명을 가능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0년대에는 자기자본을 충분히 갖고 기업할 수 있는
기업가는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나라는 조선이 세계1위,반도체 3위,자동차와
전자제품이 세계5~6위의 생산력을 갖추었다.

우리나라가 선진공업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연8% 금리로 수출
금융을 중앙은행이 공급한데다 82년부터 88년까지 금리자유화로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을 수행하지 못하게 할 때까지 8년간을 대출금리 연10%로 이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 덕분이다.

그리하여 86년부터 90년까지 국제수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시카고학파는 1백%의 인플레시에 1백%의 금리로 소득의 가치를 유지시켜
주어야 인플레가 수습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1억달러를 대출받아 1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1만대의 자동차를
이자로 내놓으라는 것과 같다.

1백%, 즉 1만대의 차값을 이자로 내야하니 자동차값을 3~5배 올리지
않고서야 무슨 수로 1백%의 금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인플레 수습대책이라고 우긴 셈이다.

때문에 남미는 1천~5천%의 인플레에 시달리고, 러시아도 94년에 2천%의
인플레로 국민경제가 파탄에 빠진 것이다.

이는 샤일록의 고리채 질곡이 옳다고 주장한 시카고학파의 잘못된 이론을
선진국은 외면하고 있는데도 후진국만이 받아들여 자국경제를 망쳐놓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금리도 노임과 같이 생산원가라는 사실을 간과한데서 비극이 싹텄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다행히 정부의 힘으로 예금금리는 연8%대로 떨어졌으나 대출금리는 아직
12%대로 너무 높아 국제경쟁력 약화와 인플레 압력이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이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본연의 금리정책 기능을 발동해
대통령선거 공약대로 대출금리를 연7%로 낮추기를 권한다.

은행들도 고금리로 인한 기업도산의 손실이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손실보다 크다는 지금까지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