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올해부터 2004년까지 6년에 걸쳐 농촌 투융자사업에 45조원을
투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2년부터 시작된 제1단계 농촌 투융자 사업이 지난해 종료됨에 따라
2단계 사업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사업엔 지원방식과 사후관리 체제등을 보완해 투자의 효율성을 대폭
높이겠다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

부실과 비리로 얼룩진 지난 1단계 사업의 과오를 의식해서 한 말이다.

이 정책은 나오자마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사업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농촌 투융자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끈질긴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그렇다.

문제는 또 있다.

당정이 사업규모를 발표하고 정부가 발표액에 끼워맞춰 사업을 추진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적자재정 시대다.

해마다 나라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의 2배에 이르는 29조6천억원
어치의 국채를 발행키로 했다.

오는 2002년말엔 나라빚이 1백6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게 정부측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재정적자를 축소해 2006년에 균형재정을
회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2년까지 씀씀이(세출)를 연평균 성장률보다 낮은 6%대에서 묶는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다행히 2006년에 재정이 균형을 이루더라도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나라살림
을 꾸린다는 얘기에 불과하다.

이때부터 국민의 세금으로 빚을 갚기 시작해야 한다.

재정적자 늪에서 조기에 탈출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의지는 이번 정책으로
빛을 바래고 말았다.

물론 농촌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인색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구멍 뚫린 곳을 돈으로 틀어막는 대증적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욱이 지난 1단계 사업에 42조원을 쏟아넣은데 비해 45조원을 투입한다는
이번 계획은 물가상승률등을 감안할 땐 오히려 줄어든 수준이다.

이를 통해 농가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올해 예산(84조9천억원)의 절반을 웃도는 액수지만 말이다.

국민들은 한푼을 아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판에 정책입안자들은 국민
세금을 쓰는데 인색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국민의 세금을 한푼이라도 낭비한다면 브라질 재정
위기가 남의 나라 얘기가 되리란 보장도 없다.

< 유병연 경제부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