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이 HSBC그룹에 매각됨에 따라 금융권에 외국은행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 컨소시엄이나 HSBC 등이 해외에서 자금을 들여
와 국내 금융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해 들어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과 국내 대형은행간 시장장악 경쟁이 불꽃을 튀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은 <>합병은행(한빛 조흥 국민 하나 등) <>합작은행(외환 한미)
<>외국계은행(제일 서울) <>독자생존은행(신한 주택) <>지방은행 등 5극
체제를 이루며 경쟁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 은행 경영 선진화 가속 =외국계 은행의 가세는 무엇보다 수익성위주의
은행경영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외국계 은행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은 연 4.3%대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은행 조달금리가 연 8~9%대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

핀란드의 경우에도 외환위기이후 도매금융시장은 외국계 은행들에게 잠식
당한 적이 있다.

이에따라 국내은행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도매금융시장을
지켜내고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한편으로 종전의 담보위주 여신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거래기업의
경영자 자질, 향후 전망 등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선진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뉴브리지측(제일은행)은 "앞으로 대출은 기업들에 대한 자금 회수
가능성을 기준에 따라 취급할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가계 대출에서는 신용대출 관행이 정착될 전망이다.

외국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은 80%에 이른다.

국내은행(42%)의 2배 수준이다.

최근들어 다시 고개를 드는 이른바 신관치 금융관행도 빠른 시일내에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일 서울 등 외국계 시중은행에게 정부의 입김이 먹혀들어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얼마나 빨리 자율경영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 은행산업 전면 개편 불가피 =이같은 선진화 과정을 거쳐 장기적으로
국내 은행산업이 전면 재편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뒤쳐지는 은행들은 다른 은행에 합병되거나 무대 뒤로
물러날 것으로 금융감독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각 은행간 경쟁을 거치면서 점차 <>대형 선도은행 <>중소기업이나 주택.
가계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특화은행 <>틈새시장을 겨냥한 틈새은행으로
재분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26개 일반은행중 3~4년뒤에 살아 남는 곳은 4개 대형은행과 틈새은행 몇
개뿐"(매킨지 보고서)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형 선도은행 후보로는 한빛 조흥 외환 신한 하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최우선적으로 납입자본이익률(ROE) 15%대, 총자산이익률(ROA)
1%이상을 거두는 수익우선 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내실을 세계선도은행 수준으로 높이면서 덩치도 최대한 키우겠다는 것이다.

제일과 서울도 외국계은행으로서 탈바꿈했다는 점을 정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경영전략을 전면 재검토,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대형자본과 우월한 금융노하우를 앞세워 대형화를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화 은행으로는 한미 주택 국민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한미은행은 중소기업위주의 신용대출로 그동안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신동혁 행장은 "장기적으로 지방은행 한 두곳을 합병해 수도권 최고 은행
으로 키우겠다"는 장기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과 주택은 가계금융과 주택금융에서 전문화된 기반을 발판으로 독자
생존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은행들은 틈새시장을 노리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덩치를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독자생존을 하더라도 지방은행끼리 합작해
덩치를 조금이라도 키워야 경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