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애니메이션의 양대축은 미국과 일본이다.

이중 일본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모델을 만드는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월트 디즈니가 일찌감치 만화영화를 발전시킨 미국과 달리 일본은 우리나라
와 마찬가지로 하청작업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만화왕국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2차대전 직후에, 한국은 1960년대부터 미국 만화영화의 하청작업을
하며 애니메이션산업을 출발시켰다.

하지만 현재의 위상은 판이하다.

일본은 저패니메이션(Japanimation)이란 신조어를 유행시킬 정도로 만화
영화의 강국이 됐다.

연간 15편 정도의 만화영화를 만들어 전세계 극장에서 상영한다.

한국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하청국가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상 차이가 애니메이션에 대한 두나라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일본의 경우 60년대에 데츠카 오사무라는 걸출한 감독이 등장, "철인 아톰"
을 내놓으며 만화영화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는 기존의 만화영화가 등장인물의 동작을 보여주는 짧은 볼거리에 치우쳐
있던 것과는 달리 상영시간을 늘리고 스토리를 첨가함으로써 관객들의
공감대를 넓혀 나갔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일본의 풍부한 출판만화시장과 만화영화를 자사제품의
판촉에 필요로 하는 완구업체 팬시업체 등의 욕구와 맞물려 저패니메이션의
기초를 닦았다.

일본에서 만화영화의 위상은 97년 일본 극장의 흥행랭킹 10위중 7편을
만화영화가 차지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만화영화 "모노노케 히메"는 일본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실적을 올렸다.

반면 한국은 TV만화영화를 자체 기획으로 처음 제작한게 불과 10여년 전일
정도로 OEM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지난 87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만들어진 "떠돌이 까치"가 그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관산업의 발달과 걸출한 만화영화 감독의 등장이
오늘날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며 "한국 고유의 색깔을 가진 창작
만화영화가 자주 제작돼야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