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를 줄이는게 왜 중요한지, 차입경영과 자기자본경영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증시 상황에 관계없이 이익을 내고 있는 동원증권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동원증권은 증시침체로 증권회사들이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던 지난 97년과
98년에도 각각 1백86억원, 27억원의 흑자를 냈다.

99회계연도(98년 4월~99년 3월말)의 당기순이익은 무려 1천1백억~
1천2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원증권이 IMF체제 속에서도 이처럼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단기 차입금을 쓰지 않는 독특한 경영방식 때문이다.

96년 중반부터 도입된 이 경영방식은 주택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정태
전사장이 내민 카드.

"자기자본으로 이자를 벌고 주식매매중개로 수수료 수입만 올린다면
흑자가 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는 무차입경영을 선언했다.

당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기가 조만간 상승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며
너도나도 사업을 확장하던 시절.

회사 내부에서조차 "증권사가 차입금이 없으면 무엇으로 영업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동원증권은 상품주식을 팔고 불필요한 채권도 줄이면서 묵묵히
차입금을 줄여 97년4월에는 "차입금 제로"를 달성했다.

이후 주가와 채권값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증시의 장기침체로 대형증권사도 수백억씩의 적자를 냈지만 동원은
끄떡없이 어려움을 이겨냈다.

특히 IMF체제이후엔 안정성이 최고의 평가기준이 되고 무차입으로
안전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시중의 자금이 동원증권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IMF의 위기가 동원에는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동원은 무차입경영을 바탕으로 방대한 영업망을 갖고있는 대우 삼성
현대 엘지 등 4대 그룹 계열 증권사와 반열을 같이하는 증권사로 당당히
자리매김 했다.

동원증권은 지난해부터 경영실적을 분기마다 공개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자신이 산 수익증권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알 수 있도록 분기
운영내역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

동원증권의 무차입경영은 IMF체제이후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외형보다는 수익이 중시되는 경영 흐름을 반영해 여러 기업들이
단기차입을 하지 않는 경영을 잇따라 표방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윤진식 기자 js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