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개헌 문제를 둘러싼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갈등이 25일 "국민의
정부" 출범 1주년 기념식장에서 급기야 양당 당직자들간의 몸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공동정부의 지난 1년간 업적을 기리고
양당간 화합을 다짐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고함과 설전이 난무하고 일부에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양당간에 쌓인 감정의 골을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확인해 줬다.

사단은 강연자로 나선 제2건국위 위원인 고려대의 김호진 교수가 내각제
문제를 건드리면서 촉발됐다.

김 교수는 "내각제는 3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며 국민 불안을 없애려면 먼저
양당간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자 자민련측에서 "당장 그만두라"는
야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 교수가 ""국민의 정부"의 성과 중 네번째는 제2건국운동의 추진"이라고
말했을 때 자민련측의 흥분은 절정에 달했다.

정책위 소속의 한 당직자는 "다들 실패했다고 그런다"고 고함을 쳤고 양당
당직자들간에 삿대질과 설전이 이어졌다.

또 자민련 당직자들이 "자민련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퇴장하자"고 소리를
치자 국민회의쪽에서 "너희들 나가"라는 맞고함이 터져나왔고 일부에선
몸싸움이 벌어졌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단상으로 올라가려다 국민회의측에 의해 제지
당하기도 했다.

한참 동안의 소동 끝에 기념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박태준 총재를 모시고 손한번 들어 볼테니 우뢰와 같은
박수로 두 당의 단결을 지지해 달라"며 분위기를 살리려 애를 썼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편 국민회의 정균환, 자민련 박준병 사무총장 등은 소동이 빚어지자 급히
행사장에서 나와 정 총장 방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양당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난 뒤 "요즘 내각제 문제로 양당간에 미묘한
기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때 초청강사가 내각제 문제를 강연한
것은 적절치 못한 것이었다는데 양당의 인식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또 "소동이 일부 있었다고 해서 기념식의 의미와 뜻이 훼손될 수는 없으며
양당 공조의 틀을 더욱 공고히 해 공동정부가 성공적인 국정을 이끌도록
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