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울펜손 세계은행(IBRD) 총재는 26일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국제회의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의 구조개혁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형평과 효율의 이념이
충돌할 수 있다.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보나.

<> 김대중 대통령 =인류의 공통 목표는 자유와 번영과 복지다.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이념이다.

이 둘을 동시에 진행하는 나라에서 복지가 실현된다.

그런 나라의 노동자가 독재나 권위주의 나라의 근로자보다 좋은 환경에서
일한다.

우리의 경우도 민주주의를 하지 않았을 때 시장경제가 안됐다.

관치금융이나 부정부패가 생긴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란 공평한 게임의 룰을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공평한 룰이 있으면 능력있는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고, 능력있는 기업이
이기면 수출이 잘돼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 한국 구조조정의 포커스가 기업건전성이나 소액주주의 권리확대 등에
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의 진전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 울펜손 총재 =한국정부의 적극적 노력에 기초해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탄탄한 룰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다.

투명한 기업경영을 위한 회계기준 변경이나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같은 제도들이 정착될 수 있도록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채권은행 노사정위원회 등도 대기업에 대해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몇개월 내에 이 문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 최근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한국상품의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적정 원.엔 환율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 김 대통령 =3월중 일본의 오부치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엔화가치의 하락이 계속되면 한국 뿐 아니라 동남아 모든 나라가 큰 타격을
받는다.

그러나 일본의 적극적인 방어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엔화가 계속 하락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측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생각이다.

- 97년 12월 한국은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울펜손 총재께선 불과 2개월전인 97년 10월에 홍콩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
에서 한국엔 위기의 조짐이 없다고 말했다.

정말 몰랐는가 아니면 외교적 수사였는가.

<> 울펜손 총재 =당시엔 상황을 잘 몰랐다.

한국에 대한 우려는 수출 경쟁력의 하락과 단기자금의 과다한 유입정도였다.

한국의 취약한 정치.경제시스템에 대해선 정보가 없었다.

또 정경유착이 그처럼 심각한 상황인지도 몰랐다.

당시엔 아시아 나라들의 취약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과거의 수출입 구조 등 펀더멘틀을 보면 건전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김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