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없는 파업은 이제 설자리가 없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노사문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26일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던 현대자동차 노조는 하루전인 25일
갑자기 투표 계획을 취소했다.

노조의 뜻대로 파업을 가결시킬 자신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26일 예정대로 파업을 단행한 기아자동차의 파업 참가율은 1%를 약간 웃돌
았다.

1만3천여명의 조합원중 단 1백50여명만이 파업에 참여했으며 생산라인도
고급차 라인 1개를 제외한 전 라인이 정상 가동됐다.

국내 최강성을 자랑하던 이 두회사 노조에 이같이 전례없는 일이 일어난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노조가 내건 파업 명분에 있다.

현대의 경우 시트사업부 매각 반대가 이슈였다.

남들이 다 잘했다고 칭찬하는 구조조정에 딴죽을 걸고 나온 격이다.

게다가 시트사업부를 인수한 미국 리어사는 계약 당시 이미 1백% 고용보장을
약속한 만큼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다.

"차가 좀 팔린다고 하는 이때 이런 것 가지고 꼭 파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반문이 근로자들의 일반적인 정서였다고 한다.

기아 노조의 파업 이유는 과거 노사동수의 징계위원회 규정을 둔 단체협약안
만큼이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다.

우선 98년 임금 9% 인상요구를 들 수 있다.

IMF사태 극복을 위한 노사의 고통 분담으로 지난해 산업계 전체의 평균
임금은 전년에 비해 2.9% 삭감됐었다.

자동차 업체를 예로 들더라도 현대.대우자동차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년
수준으로 동결됐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그들의 요구는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의 발상
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여기에 지난해 노사 대표간 합의에 따라 반납키로 한 3백%의 체납 상여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도 노사합의를 스스로 뒤집는 우를 범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노조 간부들에게도 이같은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파업을 단행한 것은 "파업만 하면 무조건 따라준다" "새
경영진과 기세 싸움에서 밀리면 안된다"는등의 강박관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 회사 근로자들이 최근 보여준 모습은 이같은 안이한 선입견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명분없는 파업보다는 그들의 일터를 지키겠다는 것, 노조의 세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회사 정상화가 더욱 급선무라는 것.

IMF 2년차를 맞고 있는 지금, 과연 근로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노조 집행부는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 윤성민 산업1부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