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야 센 캠브리지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
(IMF)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취한 은행폐쇄와 고금리
등 위기극복 조치는 사회문제를 무시한 잘못된 처방이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세계은행(IBRD)이 공동주최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국제회의에
참석한 센 교수는 2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앞으로 1년 이내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아시아의 경제위기 원인을 놓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때문이
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무리한 개방 탓이란 견해도 있는데.

"경제위기를 금융 등 한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위험하다.

IMF도 이런 복잡한 모든 요인을 반영하지 않은채 고금리 처방 등을 내려
실업급증과 공황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엄밀히 말해 과거의 문제를 포함한 기존의 경제제도는 고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모든 제도를 대대적으로 고치는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경제성장이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 약자를 위해
사회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등 정부 주도의 과거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반드시 배제돼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 개입이 얼마나 생산적이냐,또 시장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느냐는 점이다"

-유교사상 등 아시아적 가치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는가.

"가치와 경제발전의 관계는 발전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후적인
해석으로 이뤄져 왔다.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이 경제발전에 미친 영향을 연구했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경제가 성장할때 학자들은 카톨릭이 미친 영향을 주장했다.

아시아의 경우 일본이 발전할때는 사무라이 정신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4마리 용이 성장할땐 유교의 영향이 지적됐다.

그러나 문화적 가치를 토대로 경제발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정확성도 떨어진다.

굳이 얘기하자면 한국은 유교 도교 불교 등 사상의 다양성과 교조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은 실용적인 시각이 경제성장의 열쇠였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언제 끝날 것으로 보는가.

"현재 위기 극복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

일본은 약 1년, 한국은 그 이내에 위기를 극복하리라고 본다.

반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부족해 위기극복이 늦어질 것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