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가에 "키다리아저씨"가 나타났다.

IMF여파로 연극제작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재를 털어
연극제작 비용을 조건없이 지원해주겠다는 독지가가 등장한 것.

주인공은 넥스웨이인터내셔널의 정태섭씨.

3개의 컴퓨터 속기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씨는 "늙은 도둑 이야기"
"마술가게" "비언소" 등을 만들었던 공연기획사 이다(실장 손상원)와 최근
연극제작 지원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2년간 이다가 주관해 만드는 연극에 제작비는 물론 광고유치
티켓판매 등 마케팅활동까지 돕는다는게 지원계약의 내용.

지원에 따른 조건은 없다.

이다가 좋은 연극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게 전부다.

지원금을 되돌려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일종의 투자개념이다.

정씨는 "지난해 학원생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이다가 제작한 연극표 3백장을
구입한 것이 계기가 돼 이다를 지원하기로 했다"며 "현재 생각하고 있는
지원금액은 총 5천만원 정도로 작지만 연극계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정씨가 생각하고 있는 지원금중 2천만원을 받아 이다가 극단 차이무와
공동제작하는 첫 공연은 "통일 익스프레스"(오태영 작, 이상우 연출).

오는 18일부터 4월25일까지 정보소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통일 익스프레스"
는 통일에 대한 우리사회의 의식수준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작품이다.

이다는 두번째 작품을 오는 9월께 극단 수레무대와 함께 올리는 등 4편의
연극을 정씨의 지원금으로 만들 예정이다.

정씨는 앞으로 친목회원 10여명으로 구성된 연극지원모임을 구성, 지원금을
확충할 계획이다.

아예 법인체를 만들어 연극계에 대한 지원을 전문화해나간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우선은 이다에 대한 지원에 치중하고 나서 다른 공연기획사에 대한 지원을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다의 손실장은 "개인이 이처럼 많은 돈을 조건없이 연극제작에 지원키로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좋은 연극을 만들어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