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중앙회의 비리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을만하다.

우선 서민 금융기관이면서도 대기업에 대출해 부실화시켰다는 점을
들수 있다.

일종의 모랄해저드(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농림부등 감독기관의 부실 감독도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정치권과 감독기구의 외압등이 빚어낸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협 중앙회는 대기업에 대한 여신을 늘려 부실을 키웠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97년말 대기업 신규여신은 7천4억원으로 전년도보다
2배이상 늘었다.

한보나 진로 등 부도 대기업에 대한 여신잔액도 9천1백84억원에 달한다.

부실여신이 증가함에 따라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94년말 1.11%에서 98년
8월말 7.03%로 급등했다.

회사채 지급보증 가운데 회사부도등으로 대신 물어줘야하는 손실추정금도
97년말 6천1백95억원에 달한다.

93년부터 97년까지 5년간 회사채 지급보증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입액이
2백71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물론 농협중앙회의 예금액은 50조원에 달해 기업여신비율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부실규모도 전체 자산에 비하면 많지 않다는게 농협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부실이 늘어나면서 농협은 농민등 가계대출금리에서 고금리를 받아
손해를 메꿔야 했다.

지난해 농협 단위조합의 예대금리차는 5.6%포인트로 은행의 3.5%포인트보다
높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농협은 최근에도 연 20% 가까운 대출금리를 적용했으며
수협은 23%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농.수.축협은 과거 고금리 기간에도 수신금리를 많이 올리지 않았음에도
대출고금리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농협 정기예탁금은 외환위기이전 연 10.6% 98년6월 13.5%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최근에는 8%대로 낮아진 상태다.

그런데도 영농자금등 서민들의 대출금리는 이같은 고금리를 적용해왔다는
지적이다.

"도시에서 예금받아 농촌에 대출한다"는 농협의 존재이유가 순식간에
무색해진다.

감독기관의 감독부재도 문제다.

농협에 대해서는 농림부와 재경부가 포괄적인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실제적인 감독업무는 금융감독원이 은행법과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및 농협법에 의거, 농림부의 위임을 받아 수행한다.

이런 탓에 부실이나 비리가 발생해도 서로 감독책임을 미룰뿐 구체적인
개혁에 착수하지 못해왔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농협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 결과를
농림부에 통보했다.

검사과정에서 금감원이 부실을 찾아내지 못했는지,아니면 부실발생사실을
알리지않고 덮어두려다가 문제를 크게 만들었는지 향후 밝혀져야할 과제다.

농협이 거액여신을 취급한데는 정치권과 정부의 외압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직후 재경부 등의 요청으로
지난해 1월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에 각각 3백억원과 4백억원의 콜자금을
빌려줬으나 아직까지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은 종금사들에 대해서도 6조9천억원을 빌려줬으며 이또한 재경부와
정치권의 요청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