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홍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johnkoo@lge.co.kn >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대를 앞두고 "디지털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전환기에는 으레 새로운 개념과 용어들이 바람처럼 불기 마련이지만,
디지털은 단순한 "바람"이나 유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개발현장에서 땀흘리고 있는 연구원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디지털이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혁명"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심지어는 디지털을 통하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과장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미 우리는 최근 수년 사이에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경험했다.

기술의 발전속도에도 가속도가 붙는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앞으로 디지털로
인해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알 수가 없다.

디지털이 어떤 세계를 창조해낼지 그 끝을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디지털산업에 미국이나 일본 등 여러
나라가 이미 깊이 발을 들여놓았다.

사업에서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시장선점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산업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디지털
산업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져 있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국가경쟁력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국가적인 힘을 모아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현재 가지고 있는 디지털기술은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힘을 모은다면 우리나라가 조기에 세계시장을 선점해나갈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매우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혹은 "새 천 년"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언어적인 마력에 빠지기
보다는, 그렇게 실질적인 경쟁력을 길러서 찬란한 우리의 역사를 펼쳐가는
무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