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자금운용으로 개혁의 도마위에 오른 농협 중앙회는 금융업(신용사업)
을 하는 과정에서 일반 은행보다 훨씬 더 느슨한 여신규정을 적용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신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와 심사를 같은 팀에서 맡고 있어 부실예방기능
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10월13일부터 11월7일까지 농협중앙회 신용사업에 대한
옛 은행감독원의 검사에서 이같은 점을 적발, 당시 주무기관인 농림부와
농협에 통보해 개선토록 요청했다고 2일 밝혔다.

당시 은감원의검사결과 농협중앙회는 동일인에 대한 여신한도를 자기자본의
20%로 정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은행들은 이 비율이 15%에 불과하다.

농협중앙회는 일반은행들에 적용되는 건전성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주무장관이 정하는 재무기준를 적용받는다.

농협중앙회는 특히 동일인여신한도 20%를 넘어 돈을 빌려줄때도 감독당국의
까다로운 승인없이 책임자의 내부결정만으로 가능케 돼있어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은행들은 돈을 떼이지 않기위해 여신업체에 대한 신용평가와 심사업무를
나눠놓고 있으나 농협중앙회는 같은 팀에서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부실을 막을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는 셈이다.

농협중앙회는 특히 95년이후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지급보증을 "과도하게"
늘려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전후 대기업부도가 늘면서 농협은 보증선 회사채를
대신 갚아줘야 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농협이 97년말 현재 대기업 회사채등을 지급보증해
6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농협이 대기업회사채 지급보증을 늘린 것은 농업금융기관으로서의
본래 기능을 외면한 것으로 볼수 있다고 평가했다.

건전성 규제도 느슨하고 여신심사기능도 취약, 중앙회의 부실여신규모는
97년말 현재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회의 조직운영과 경영상의 비효율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옛 은감원은 당시 검사에서 농합중앙회가 일반은행들이 낸 점포주위에도
점포를세우는등 조직운영이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검사에서 드러난 조직이나 경영상의 비효율은 물론
여신취급 사후관리의 문제점 등에 대한 대책을 세우도록 중앙회와 농림부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사결과에 대한 제재권은 금감원이 갖고 있지 않다.

금감원은 주무부처에 통보만 할 뿐이다.

또 금감원은 검사만 할수 있을뿐 농협중앙회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듯 부실 농협을 개혁하기 위해 감독 검사권을
금감원에 완전히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주목된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