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설 연휴동안 하루도 쉬지않고 새벽 1~2시까지 무전기를 생산해낸
곳이 있다.

안양 유천팩토피아 715호실.

무명의 벤처기업 제이콤(대표 김종오.41)의 연구실이자 공장이다.

창업한지 9개월 밖에 안된 신설 회사가 갑자기 일이 많아진 것은 엄청난
설 선물을 받은 덕이다.

콜맨사등 미국의 무전기 전문업체 2개가 모두 1천2백만달러(약 1백50억원)
어치를 주문한 것.

물량은 이달 초순부터 매달 4만~8만대씩 실려나가 연말까지 60만대가
선적될 예정이다.

물론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방식이지만 이 물량은 올해 미국
무전기시장 규모(약 6백만대)의 10%에 해당한다.

수출물량외에 내수는 아직 없지만 선진국의 전문업체가 인정한 기술력을
감안하면 기대가 크다는게 회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박병엽 사장(팬택) 김동연 사장(텔슨전자)이 성공하는데 자극받았습니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던 아는 사람들끼리 우리도 한번 해보자며 자연스레
뭉치게 되더군요"

맥슨전자에서 함께 일하던 박병엽 김동연씨가 독립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고 자신은 물론 주위의 많은 젊은이들이 자극받았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독창적인 기술이 중요한 자산인 벤처업계에서 창업하기에는 비교적 늦은
나이였지만 김 사장은 과감히 뛰어 들었고 무선통신 분야 엔지니어 10명이
그를 따랐다.

자금도 순조롭게 조달됐다.

이들의 기술력을 믿은 에인절(개인투자자) 20여명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자본금 1억2천만원의 (주)제이콤은 이렇게 지난해 5월 탄생했다.

현재 자본금은 2억4천만원.

지분은 김 사장 30%, 종업원(28명) 40%, 에인절 30%로 분산돼 있다.

제이콤이 무전기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은 창업후 5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이었다.

그전까지는 무선전화기에 매달렸다.

"미국에서 레저용 무전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개발중이던 디지털 무선전화기를 포기하고 무전기로 급전환했지요"

김 사장은 덩치가 작은 벤처였기에 즉각적 의사결정을 내릴수 있었다며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내비쳤다.

맥슨전자등 국내 업체에서 이미 무선통신 기술을 축적했던 연구인력들은
밤을 새워가며 미국시장에 맞는 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이들은 스스로 놀랄 정도로 짧은 기간에 핸드폰 크기의 초소형 무전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해외바이어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몇 차레 시험을 해본뒤 즉각 주문을
결정했다.

회로를 간소화하면서도 성능을 유지할수 있는 설계와 타사 제품의
절반이하인 가격에 만족했던 것이다.

항공대 항공통신공학과 출신의 김 사장은 전 직장에서 이미 두드러진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

맥슨전자 재직 당시 산업용 무선통신단말기 기술력으로 수출증대에
한몫했다.

그후 윈텔의 창업멤버로 900MHz 무선전화기를 개발해 3년만에 연
3천5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두는 발군의 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우진전자통신에 입사해 지난해 900MHz 저가형 무전기로 1천만달러
수출을 올렸다.

엔지니어로서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인으로서도 성공길에 들어선 김 사장의
꿈은 소박하다.

"무전기에서만은 미국 모토로라를 능가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저는 엔지니어로서 땜질
(현장일)에 전념할 겁니다"

지난해 말 무선전화기 기술을 중국에 수출해 4억원의 매출을 올리자
산학협동을 펼쳐온 대학내 벤처인큐베이터에 기부금을 선뜻 내놓기도 했던
김 사장.

이제 그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기업인이지만 그의 꿈은 현장에서 개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후배들을 위해 선뜻 돈을 내놓은 것도 이런 꿈을 그들과 함께 하겠다는
뜻이다.

< 문병환 기자 m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