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하루종일 흥분해 있는 모습이었다.

감사원의 감사에 이어 검찰의 수사로 이어진 농협 경영비리건을 두고 직원
들의 반발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반발의 핵심은 "농협이 마치 부실덩어리처럼 비쳐지는게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몇몇 직원들은 아예 한번 얘기해보자며 기자 팔을 끌어당기기까지 했다.

이들은 우선 농협의 경영부실 정도를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했다.

한 관계자는 "부실경영으로 외국금융기관에 팔리고 수조원의 정부지원을
받은 시중은행에 비하면 농협은 튼튼하기 그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농협은 아직까지 정부에 손을 벌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며 자신만만해했다.

그는 또 감사원이 지적한 부실대출 9천억원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부실
대출이 된 것은 할말이 없으나 전체 부실여신규모가 총여신의 1.6%에 불과
하다"며 반론을 폈다.

수조원씩 부실채권을 떠안고 휘청대는 시중은행에 비하면 문제될게 없다는
얘기다.

한 임원은 "지난 5년동안 농협의 수신고가 1백조원에 이를 정도로 사업이
번창해졌다"며 경영성과를 자랑했다.

농협내부에는 또 표적사정설이 횡행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수사가 각본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94년 3월 한호선 회장이 물러난 것과 이번에 원철희 회장이 사임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흔들기가 진행됐고 이번 원 회장의 사임도 그런
시각에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한 단위조합 관계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협을 선거조직으로 이용하기
위한 물갈이 사정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내년에 총선이 있는 사실을 잘 생각해보라는 부탁까지 잊지 않았다.

이처럼 이날 농협의 내부분위기는 격앙되어 있었다.

물론 자기반성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지만 사정기관에 대한 불만의 소리에
묻혀있었다.

정부는 차제에 의혹을 씻을 수 있도록 엄정한 조사를 해야된다.

농협 역시 농민의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살을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충남지역에서 농민들의 농협대출금리 인하 시위가 왜 일어났는지
깊이 살펴봐야 할 것이다.

< 고기완 사회1부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