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법원 병원응급실.

사는 동안 갈일이 없을수록 좋다고 여겨지는 곳들이다.

많이 개선됐다곤 해도 보통사람에겐 여전히 무섭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듣기 어려운 장소인 까닭이다.

환자나 보호자로 어쩔수 없이 찾게 되는 응급실의 경우엔 특히 더하다.

의사의 최종결정이 1시간 안에 이뤄지는 환자는 50%미만이고 12.7%가
응급실에서 6시간 이상 체류한다는 통계는 국내 응급실의 문제를 잘
드러낸다.

손이 달려 처치가 여의치 않은 경우 일단 상태라도 설명해주면 한결 안심이
될 텐데 답답한 마음에 애써 물어도 퉁명스럽게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하기 일쑤다.

더 급한 환자를 치료한다지만 일단 응급실을 찾은 환자나 보호자는 너나
할것 없이 숨가쁘다.

결국 응급처치만 제대로 하면 별탈 없을텐데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위험해지는 수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이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일반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면
의료보험 혜택을 못받게 하는 차등수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응급의료체계
종합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간호사가 혈압및 맥박 측정 등을 통해 응급 여부를 분류, 일반환자에겐
진료비를 몽땅 본인이 부담토록 한다는 것이다.

응급실 소속 응급의학전문의및 간호사와 구조사 수에 따라 수가를 달리하는
응급수가가산제도 실시한다 한다.

"응급실이 입원창구로 이용되는 바람에 진짜 급한환자가 치료기 더뎌진다"
등 이유는 많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나 법령도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효과를 얻기 힘들다.

한밤중 또는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 탈이 나면 종합병원 응급실밖에
갈데가 없는게 현실이다.

입원이 어려운 마당에 무조건 외래진료를 받으라는 것도 무리다.

응급 여부에 따라 진료비를 차등부여하는 건 자칫 진료비 인상만 초래하는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의료체계를 개선한다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넘기려 하기보다는 개인 의원의
야간진료 순환제를 도입하고 종합병원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노력이 선행
돼야 할 듯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