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변호사들이 파워 프로임을 과시한 것은 IMF 위기를 통해서였다.

연일 이어지는 기업들의 도산사태, 화의와 법정관리 신청, 그 이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기업매각 의뢰와 외자유치 등 숨돌릴 틈없는 구조조정
특수 속에서 그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는 기업들처럼 변호사업계도 요즘 거센 변화의 와중에
있다.

경제위기 이후 법률시장 또한 글로벌 체제로 편입되면서 개방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업계 내부적으로도 변호사수가 늘어나면서 영업행태와 활동영역 등 여러
면에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국면이다.

<> 대형화 =우수한 변호사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대형로펌들은 전문화를
전제로 꾸준히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다.

김&장 한미 태평양 세종 등 대형로펌을 비롯한 13개 로펌은 지난 1월12일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수료생 4백86명중 약 10%에 달하는 42명을 스카웃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수십명의 예비 변호사들을 채용했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인원축소에 여념이 없는 일반적인 사회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장은 이로써 국내외 변호사 1백30명, 회계사 변리사 등을 포함 전문가
1백80여명이 포진한 로펌으로 부상했다.

김&장은 대형화를 통해 영국이나 미국의 세계적인 로펌과도 맞설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김&장을 포함해 이른바 "빅4"로 꼽히는 한미 세종 태평양 등 다른 로펌들도
70~80명(회계사 등 포함) 안팎으로 인원을 불리면서 원스톱 서비스를 위한
각 분야 전문변호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정 율촌 삼정 우방 등 그밖의 로펌들도 꾸준히 변호사들을 채용하고 있다.

<> 전문로펌의 등장 =전문화의 또다른 모습은 이른바 "부티크 로펌"이라는
소형전문로펌들의 설립이다.

최근 1,2년새 대형로펌에서 독립, 특정분야 법률서비스를 표방하는 소규모
로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중앙국제 출신의 손경한 유규종 변호사가 설립한 아람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사무소에 전석진 변호사 등 지재권 변호사들이 참여한 리인터내셔널
등 전문로펌들은 전문성을 살려 탄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4월 박홍우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미래는 지적재산권분야와
함께 국제소송 등 국제거래업무를 확대하면서 고객기반을 다지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의 보험 해상담당 변호사였던 진만제 변호사는 지난해 3월
동료변호사들과 함께 분가해 진&리를 설립, 해상보험전문로펌의 길을 개척
하고 있다.

이에앞서 김&장과 한미출신인 최종현 김창준 변호사가 지난 97년 1월
설립한 세경합동은 해상보험 전문로펌을 표방하면서 자리잡은 케이스.

소송전문인 화백 열린합동, 금융전문 M&A 전문인 한얼종합 등도 전문로펌
으로서 명성을 얻고 있다.

몇몇 로펌들은 초기에 표방하던 업역에서 다른 업역으로 업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 다양해진 진로 =새내기 변호사들이 택하는 진로도 다양해졌다.

삼성그룹의 공채에는 28기 사법연수생들 26명이 몰렸으며 이중 7명이
인하우스카운슬(기업고문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중소건설업체인 대아건설에도 2명이 지원했다.

정세훈 변호사는 하나은행 차장으로 입행, 은행에 취직한 첫번째 변호사가
됐다.

재경부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전통적인 사법부 이외의 길을
택한 사법연수원 수료자들도 많다.

거꾸로 판사 검사를 하다가,또는 통산부나 정통부 등 정부에서 일하다가
대형로펌 등 변호사업계에 참여하는 경우도 요즘 심심찮게 볼수 있는 흐름
이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