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레알화 가치가 연이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세계 금융계가 브라질
위기 향방에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레알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2.22레알까지 폭락해 이틀째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레알화는 전날에도 하루만에 5% 가까이 떨어진 달러당 2.17레알을
기록했었다.

시장개입을 자제했던 중앙은행은 2일 적극적으로 레알화 방어에 나섰지만
급락세를 늦추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레알화는 올들어 45%나 절하됐다.

환율불안에 영향받아 상파울루 주식시장의 보베스파 주가지수도 전날보다
1.6%가량 하락했다.

최근의 레알화 불안은 기업들이 이달중에 만기가 돌아오는 약 17억달러의
외채상환을 위해 달러매입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던앤드펠프스는 브라질이 당장 해결해야할 최대의
난적으로 단기외채를 지목했다.

브라질 국내에서는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감도 증폭되고 있다.

2월초 페르난도 로페스 총재가 퇴임한후 중앙은행 총재직은 현재까지
공석으로 남아있다.

아르미니우 프라가 총재가 신임 총재로 지명받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조지 소로스 휘하에 있었다는 전력을 문제삼아 반발해왔다.

다행히 3일(현지시간)있을 의회 인준 투표에서 그의 중앙은행 임명안이
어렵사리 통과될 전망이다.

하지만 프라가 총재가 환율안정 등의 통화정책을 순조롭게 풀어갈지는
미지수다.

현재 브라질 단기금리는 연 40%수준이지만 지속적인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은 연 2백%에 이르는 금리를 물고 있다.

만일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단기국채를 발행한다면 금리가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경기전망 역시 암울하다.

지난 1월 실업률은 7.73%로 지난해 12월(6.32%)보다 크게 올랐다.

정부는 올해 실업률이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이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변수다.

2일 현재 브라질의 외환보유고는 3백53억달러에 불과하다.

외채부담을 고려하면 달러 수혈이 시급하다.

IMF는 이번주내에 브라질 정부와 2차 자금지원을 위한 수정 경제개혁
목표에 합의할 전망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자금지원은 3월말로 예정된 브라질 상원의 경제개혁안
승인여부를 보아가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지원이 늦으면 4월에 가서야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IMF자금지원이 브라질 위기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앨리스 리블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부의장은 1일 "올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브라질의 상황 전개"라고 말하고 "브라질은 여전히
지뢰밭을 걸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기도 한 셈이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