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하고 있을 바에야 몸을 던져 열심히 뛰는 게 낫죠. 전 오히려 IMF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IMF경제한파는 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인천에서 제법 탄탄하다는 목재회사에 다니고 있던 이태욱(37)씨가 명함방을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외환 위기로 회사가 부도가
났기 때문이다.

졸지에 직장을 잃은 이씨는 거의 매일 하루 한장씩의 이력서를 쓰는 초조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이씨는 구직 3개월만에 방황 아닌 방황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었다.

더 이상 이력서를 쓰지 않기로 작정한 것이다.

전망 없는 이력서 작성과 막연한 기다림으로 시간을 보낼 바에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소자본 창업에 도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즉석 명함방.

창업에 앞서 명함방 체인 사업을 하고 있던 친구 회사에서 명함방 사업에
필요한 기술과 영업노하우를 습득했다.

웬만큼 창업 준비가 되자 지난해 11월 서초동에 10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서울 코피아 체인점(02-523-6763, 521-4900)을 오픈했다.

처음 한두달은 홍보부족으로 매출이 기대수준을 밑돌았으나 올들어서는
점포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달 이씨는 직원 두 명의 인건비를 제하고도 2백만원 가량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씨가 짧은 기간내에 이 정도 자리를 잡기까지는 직접 발로 뛰는 영업이
무엇보다도 큰 힘을 발휘했다.

처음 두달간은 보험회사, 자동차 영업소, 중소기업체, 관공서 등 명함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업체를 순회하며 손수 명함을 뿌렸다.

또 아르바이트생을 활용, 개인적으로 명함을 찍고 싶어하는 신세대 젊은이들
의 주문도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확보한 고객은 지금까지 약1천여명.

명함은 일단 한번 찍기 시작한 곳을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려면 3~4천명정도는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씨는 계속해서 신규고객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IMF덕에 명함 수요가 꽤 늘었어요. 구조조정때문에 직장과 직위이동이
많아져 명함을 새로 찍는 사람이 많아졌거든요. 또 불황때문인지 영업사원들
이 판촉명함을 예전보다 많이 뿌리고 다녀요. 그 덕을 보고 있는거죠."

불황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었다는 얘기다.

그가 양재점을 오픈하는데 든 비용은 모두 1천7백만원안팎.

임차비용 3백만원과 컴퓨터, 스캐너, 고속프린터 구입비 등을 합친
금액이다.

즉석 명함방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개점전 본사에서 완벽하게
업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창업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아무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씨는 강조한다.

"처음엔 정말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그럴 각오 없이는 이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죠. 이런 점에서 너무 나이 많으신 분은 안될 것 같아요. 독하게
마음 먹은 30,40대라면 한번 해볼 만합니다."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