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간이과세 및 과세특례제도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정책부처가 아닌 집행부처에서 법률 개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세청이 이 제도 폐지에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과세특례제도는 지난 77년 시행된 이래 24년만에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간이과세 및 과세특례제도가 폐지되면 모든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는
일반과세자로 통일된다.

예외적용을 받는 사업자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사업자들의 모든 과세자료가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세금을
탈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간이과세 및 과세특례제 폐지는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도 국세청의 건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치권이 어떻게 결심하느냐에 따라 간이과세제도의 존폐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왜 폐지하나 =현재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는 총 290만명에 달한다.

이중 연간 매출액이 4천8백만원~1억5천만원인 간이과세자는 57만명이고
매출액 4천8백만원 미만인 과세특례자는 1백18만명이다.

과세대상 중 일반과세자는 42%에 불과한 실정이다.

간이과세.과세특례제도는 영세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예외적인
규정이다.

그럼에도 절반 이상이 예외규정을 적용받는 것은 앞뒤가 바뀐 기형적 구조
라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이 간이과세.과세특례제도를 없애려고 하는 것은 모든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만들어 과세자료가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려는 의도다.

간이과세.과세특례자들은 물건을 살 때 세금계산서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계산서를 받으면 세무당국이 매출액을 추정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간이과세.과세특례제도를 없애지 않으면 무자료거래 세금계산서 위조 등이
사라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조세연구원의 성명재 연구원은 "간이과세와 과세특례제도가 소득탈루
수단으로 악용하는 바람에 근거과세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며
''국세청 방침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향 =간이과세.과세특례제가 폐지되면 모든 사업자들은 일반과세자로
취급받는다.

물건을 사고 팔 때 지금처럼 간이영수증을 끊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세금계산서를 주고 받아야 한다.

모든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주고 받게 되면 물건을 판 사람이 세무당국에
제출한 매출계산서와 산 사람이 제출한 매입계산서가 서로 일치하는지
세무당국이 쉽게 체크할 수 있다.

이에따라 매출액이나 소득금액을 줄여서 신고해 세금을 빼먹는 방법이 크게
줄어든다.

간이과세.특례과세자였던 사업자들은 지금보다 조금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반과세자들은 부가가치세율이 10%인데 반해 이들은 매출액의 2%또는
1.3~4.3%만을 부담한다.

일반과세자들이 공제받는 매입세액을 이들은 거의 받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간이과세.과세특례자로 적용받을 때가 좀 더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정말 폐지되나 =지금은 국세청과 재경부가 안을 만들고 있는 단계다.

두 기관은 그동안 줄곧 간이과세.과세특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있었다.

따라서 올해안에 구체적인 방안이 만들어지는 데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공청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더라도 법개정안은 무난히 나온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권이 납세자의 반대가 불보듯 명확한
법개정에 쉽게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과거 재경부와 국세청이 과세특례제를 폐지하려 할 때마다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특히 내년엔 총선이 있어 정치권의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