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시장에 월세바람이 거세다.

원룸 다가구 등 일부 소형주택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던 월세가 최근
아파트 상가 사무실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소형상가의 경우 일세까지 등장하고 있다.

월세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은 세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감소
한데다 임대인들도 매월 고정수입을 선호하기 때문.

특히 한자릿수로 내린 시중금리 여파로 임대이자가 월 2부(연 24%)에서
1.5부 안팎(연 16~18%)까지 떨어지면서 시장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월세가 이제 중요한 부동산거래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월세선호 현상이 가장 뚜렷한 곳은 원룸 다가구 다세대 주택시장.

지난해부터 신규계약은 대부분 월세로 이뤄지고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의 신촌 홍대입구 논현동 역삼동 신사동 등 원룸밀집 지역에선 월세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원룸 전문업체인 백년주택의 경우 월세물건이 전체 6백가구중 1백50여가구
로 지난 1년새 4배이상 늘었다.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적고 급할때 집을 빼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백년주택 유광헌 사장).

지난해 집값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다가구 다세대주택에서도 월세가
인기다.

수요자들이 전세를 기피하는데다 집주인들도 지난해 보증금 반환문제로
혼쭐이 나서다.

특히 최근엔 집을 담보로 보증금을 대신 갚아주고 월세로 받는 신종 직업
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족 친척들이 담당했던 역할을 전문직업인이 대신하는
것.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월세이자와 시중금리 차액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파트시장에서도 소형을 중심으로 월세체제가 보편화되고 있다.

소형아파트 밀집지역인 서울 강북의 상계동 방학동 창동과 강남 개포동에선
월세아파트가 3배이상 늘고 물건을 내놓기가 무섭게 소화될만큼 호황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하철과 가까운 역세권 아파트일수록 매물품귀 현상이 뚜렷하다.

현지 부동산업소들은 집주인들이 전세에 비해 가격을 5백만~1천만원가량
낮추는 대신 월 2부로 이자를 받는 방식을 많이 택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방학동 신동아공인의 이정진 사장은 "신혼부부나 보증금 일부를 창업자금
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월세아파트를 많이 찾는다"며 "기간이 만료된
전세물건을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소형 상가와 사무실에서도 월세가 위력을 발휘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침체로 세가 잘 안나가자 임대방식이 보증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매달 일정금액을 받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

이대 홍대 성신여대 입구 등 대학가 주변에선 월세와 함께 일세 점포까지
등장하고 있고 여의도와 마포 테헤란로 일대 부동산업소엔 10~20평형대의
소형사무실을 월세로 구하려는 창업자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건물주들 사이에서도 점포나 사무실을 잘게 쪼개 월세로 재임대하는 게
유행하고 있다.

소호(Small Office Home Office) 데스크 텔 등이 최근 각광받는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임대정보사의 신승래 사장은 "임대부진 여파로 빌딩 주인들이 임대료를
깎아주면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올해안에 주택저당채권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월세바람은 더욱 보편화
될 것"으로 내다본다.

< 유대형 기자 yoo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