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1931)의 강용흘, "압록강은 흐른다"(1946)의 이미륵, "순교자"(1963)
의 김은국은 20세기에 들어와 미국 독일에서 명성을 떨친 작가들이다.

이들의 작품은 뒤늦게 한국에서도 번역돼 널리 읽혔지만 외국어로 씌어진
탓에 한국문학사에서는 찬밥 신세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이 쓴 작품이 영문학사나 독문학사에서 다루어질
까닭이 없다.

서러운 서자취급을 받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뮌헨의 파이퍼 출판사가 2차 세계대전 직후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를
발간했을 때 독일문단과 독자들은 놀랄만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독일어로 발간된 서적중 가장 훌륭한 책"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유럽신문에 실린 서평만도 1백여편이나 됐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 작품은 황해도 해주에서의 성장과정과 고향을 떠나 독일에 도착하기까지
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소박하고 간결명료한 필치로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그래서 "동서문화의 중개자"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의 미문은 지금도 독일의 중.고교 국어교과서에 실려오고 있다.

독일서만 현재 6판까지 나왔고 영문판 4종 불어판까지 출간됐다는 것을
보면 이 소설에 대한 독일인들의 사랑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셈이다.

뮌헨에는 95년 작고한 루돌프 고스만씨, 발터 라이프(전 주한 독일 대사관
문정관)씨가 조직한 이미륵협회가 유고.유물.사진 등의 자료들을 소중하게
보관해오고 있다.

해주 천석꾼의 외아들 이미륵이 경선의전 3학년 재학중 3.1운동에 참가했다
가 도망쳐 상해를 거쳐 독일에 유학한 것은 1920년이다.

28년에는 뮌헨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해 이학박사학위도 받았지만 그는 끝내
전공에 연연하지 않고 뮌헨대 동양학부에서 한학과 한국학분야 강의를 하면서
문필가로 활동하다가 50년 타계했다.

뮌헨교회 그래펠핑에서 30년을 살다가 그곳에 묻혔다.

이미륵 탄생 100주년을 맞아 12~16일 뮌헨에서는 기념강연 사진전시회
국악공연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진다는 소식이다.

20~25일에는 서울에서도 행사를 갖는다.

한국문학사에서 이미륵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