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광고전이 시작됐다.

여름은 커녕 봄도 무르익지 않았는데 텔레비젼에는 연일 냉장고 광고가
요란하다.

특히 빅딜 대상으로 지정된 대우전자가 8일부터 CF를 내보내기로 해 가전
3사간의 광고싸움은 더욱 달아오르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한달쯤 전 새 CF를 내고 시장선점에 나섰다.

올해는 냉장고 광고전이 특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나의 쟁점을 놓고 서로 우겨대는 식의 싸움이 아니다.

이번에는 각사의 광고가 다르다.

주장하는 바도 다르다.

삼성은 성능광고 대신 감성에 호소하는 이미지광고를 내놓았다.

반면 LG는 "무소음"을, 대우는 "절전"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의 "신선돌풍 냉장고" CF(제작사 휘닉스)는 주부들의 공감을 유도
하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이 광고에서는 배경음악으로 "문 리버(Moon River)"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가족들의 얼굴이 차례로 나온다.

어머니가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가고 딸아이가 웃고, 케익을 꺼내가고
아들애가 웃고, 생선회를 꺼내가고 남편이 웃고..

이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엄마는 가족을 생각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LG의 디오스냉장고 "양"편(제작사 웰콤)은 소음을 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초원의 고요한 밤.

엄마양과 두 마리 새끼양이 자고 있다.

엄마양은 나즈막히 코를 곤다.

이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새끼양들.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이때 어디선가 자장가가 들려온다.

새끼양들은 LG냉장고 옆으로 걸어가 다시 잠을 잔다.

화면에는 "외제냉장고 좋다는 소리, 시끄러운 냉장고소리, LG가 잠재웁니다"
라는 글귀가 나온다.

대우는 도전적인 CF(제작사 코래드)를 내고 있다.

대우냉장고 CF에는 양 대신 개가 등장한다.

CF는 개가 "컹~컹~컹~" 짓으며 시작된다.

냉장고 주위를 살피던 개의 눈은 전기코드에 이르러 멈춘다.

화면에는 "전기도둑을 잡았다"라는 글귀가 새겨진다.

이어 소비전력량 1등급을 나타내는 그림과 "소비전력을 확인하세요"라는
귀절이 나온다.

이 CF는 냉각속도가 빠르고 전력소모량이 적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광고업계 사람들은 대우전자가 8일부터 CF를 낸다고 알려지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빅딜대상 업체중 CF를 새로 낸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우측 관계자는 "냉장고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신제품으로
내놓은 터라 빅딜과 관계없이 CF를 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냉장고업계는 치열한 광고싸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내수시장이 94년의 절반 수준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살아 남으려면 강도 높은
광고활동을 펼쳐서라도 소비자들을 잡아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