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집장만 등 가정유지에 필요한 돈을 남편 몰래 빌린 경우 남편도
빚을 갚을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준서 대법관)는 11일 민모씨가 남모씨의 남편
김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부가 함께 가정을 유지해 나가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되는 채무는 일상가사 행위로서 부부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부부생활에 필수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어느
일방이 돈을 빌렸다면 배우자에게도 대신 빚을 갚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남편의 진급시험 준비를 위한 경비명목으로 돈을 빌린
행위도 결국 부부생활을 함께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일상 가사행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민씨는 92년 5월부터 94년 1월까지 남씨가 아파트 분양대금과 진급시험
경비명목으로 10여차례에 걸쳐 4천만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자 남씨의
남편 김모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