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9개 주요 아시아국가중 상장기업의 부채
비율(지난 88~96년 평균)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자산이익률이 최하위에 머물러 다른 아시아국들에 비해 수익력이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일 세계은행 시카고대학 홍콩과학기술대학 등이
공동으로 작성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을 기업재무 측면에서 규명한 것으로
아시아 9개국 상장기업(금융업 제외)의 재무현황 및 주식분포 등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은 3백47%로 조사대상 9개국중 가장 높았다.

태국(2백1%) 인도네시아(1백95%)등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을 받았던
위기국들 역시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을 보였고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도 2백60%의 높은 부채비율을 보였다.

이는 이들 국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차입위주 경영관행 때문으로
해석됐다.

이 보고서는 특히 한국과 태국을 "매우 극단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상장기업은 부채비율이 1백%를 밑돌아
비교적 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수익력을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의 경우 우리나라 상장기업은 3.7%에
머물러 최하위를 기록했고 일본(4.1%) 싱가포르(4.4%) 홍콩(4.6%)등도 낮은
편에 속했다.

반면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국가
기업들은 6.0%를 웃도는 비교적 높은 생산성을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국들 사이에서도 개발연대가 다소 앞섰던 나라들에서 수익력
약화 현상이 먼저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아시아 기업들의 부채구조 역시 비효율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 기업의 장기부채비율(총부채중 장기부채)은 30~50%에 불과해 그만큼
단기차입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기업들은 총부채에 대한 장기부채 비율이 29.2%에 불과했고
한국도 이 비율이 43.7%에 달해 장단기 구조가 불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교기준으로 제시된 미국 기업의 경우 장기부채 비율이 75.9%에 달해 부채
구조가 아주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또 "가족 지배 현상"를 아시아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목했다.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96년 말 현재 가족지분 20% 이상인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72%에 달했다.

이밖에 홍콩(67%) 말레이시아(67%) 태국(62%) 싱가포르(55%)등에서도 가족
지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의 경우 48%였다.

그러나 일본은 가족지분 비율이 20% 이상인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의 10%에
그쳐 다른 나라에 비해 주식분산 정도가 월등히 높았다.

세계은행 연구팀은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민간 기업의 어떤 특성이 아시아
위기를 불러왔는지에 대한 정형화된 모델을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부채비율만을 놓고 볼때 말레이시아는 미국(1백3%)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
났다.

또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총자산이익률이 낮은 것은 시장의 성숙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가족중심 경영 역시 다른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아시아 기업 만의 특성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

보고서는 특히 아시아 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대기업 사업다각화
현상에 대해서는 "기업환경을 감안하면 반드시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세계은행 연구팀은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곧 착수할 계획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