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백15개 기업이 올린 순이익은 2조3천억원.

지난 97년의 1조4천억원보다 63.3% 증가했다.

경상이익도 5조4천억원으로 89.3%나 늘었다.

영업이익은 줄었는데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급격히 증가한 가장 주된 이유는
외환수지에서 찾을 수 있다.

환차손익 외화환산손익 등 영업외손익을 좌우하는 두 항목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

결산환율이 지난 97년말 달러당 1천4백15원에서 지난해말 1천2백7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사업부문과 지분, 부동산 등을 팔아 현금을 확보한 것도
순이익 개선에 크게 보탬이 됐다.

기업들은 자산을 처분해 확보한 돈을 유형자산처분이익과 특별이익에
계상함으로써 영업이익 감소를 보전했다.

<> 외환수지 개선 =싯가총액 1위업체인 한전의 경우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전은 지난해 1조1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97년보다 5천4백억원이 늘어났다.

그러나 영업이익 증가규모는 3천3백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순이익 증가규모가 영업이익 증가규모를 훨씬 웃돈다.

지난해 한전의 외환수지 개선규모가 무려 7천6백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97년 6천6백11억원의 외환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1천45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SK텔레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 97년 3천2백억원의 외환수지 적자에서 지난해 9백억원의
흑자로 바뀌었다.

동원경제연구소는 "외화부채가 많은 대기업과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외환부문에서 대거 이익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 자산매각 =증권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97년 11월부터 1년동안
상장기업들이 처분해 끌어들인 돈은 모두 11조6천억원.

5대그룹 계열사의 경우만 3조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이 중장비부문을 볼보사에 판 것을 비롯해 대상의 라이신부문
매각, 현대전자의 심비오스 지분매각, 데이콤의 글로벌스타 지분매각 등
자산처분이 잇달았다.

기업들은 이를 특별이익등으로 계상해 순이익 규모를 늘렸다.

상장사들은 자산매각과 함께 자산재평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도
대폭 떨어뜨렸다.

조사대상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2백19.2%로 지난97년말의 2백90.2%보다
71%포인트나 낮아졌다.

1년동안 부채는 3.8% 감소한 반면 자기자본은 27.4% 늘었다.

<> 금융비용 및 차입금 =원화가치 상승과 자산매각에 따른 이익을 금융비용
이 상당폭 까먹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소는 분석대상 기업중 3백1개사의 지난해 총 금융비용이
17조5천9백38억원을 나타내 지난 97년보다 64.1%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수익은 5조6천50억원에 불과해 1개 기업당 평균 4백억원씩을 이자로
순지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비용을 매출액으로 나눈 금융비용부담률은 7.6%에 달했다.

차입금 확인이 가능한 3백1개사의 지난해말 현재 총 차입금은 1백47조원을
기록했다.

97년말보다 2.1% 감소했다.

단기차입금은 1년전보다 13.7% 줄었고 장기차입금은 7.4% 증가해 차입구조
는 다소 개선됐다.

<>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 =지난해말 현재 매출채권은 35조2천억원으로 97년
보다 15% 줄었다.

제조업체의 경우 매출액을 매출채권으로 나눈 매출채권회전율은 97년의
4.8회에서 6.4회로 늘었다.

부도기업 증가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이 외상판매를 줄이고 현금판매
를 늘인 결과다.

재고자산은 97년말보다 9.5% 감소한 19조원으로 나타났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