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원칙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긴급수혈을 통해 한숨을 돌린 기업측이 채권금융기관에 일방적으로 손실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엄청난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이 자구노력은 커녕 채권단의 요구마저
귀찮다는 듯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연일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기업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지만 기업과 채권단이 야금야금 규칙을 위반하는데는 무대책이다.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기업구조조정은 실패작으로
끝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 일정이 지켜지지 않는다 =올들어 가장 큰 변화는 당국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

지난달 22일까지 추가워크아웃기업을 선정해 보고하라는 당국의 요구는
철저히 묵살됐다.

워크아웃기업의 경영계획도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채권단은 특히 기업개선약정서 체결이 기업에 의해 거부되면 채권단이
즉각 기업개선작업을 중단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대주주 특수관계인 노조 등
기업쪽의 눈치를 살펴 마냥 시간끌기를 하고있다는 지적이다.

<> 채권단의 사외이사 사외감사 파견을 거부한다 =기업개선계획에 감자나
출자전환이 없어 소유구조가 바뀌지 않는 워크아웃기업들은 사외이사 사외
감사를 선임하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은 돈만 지원해주면 되지 왜 경영에 간섭하려 하느냐는 것이다.

기업들이 워크아웃과정에서 엄청난 손실을 본 채권단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워크아웃이 협조융자보다 덜 엄격한 일방적 구제금융프로그램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 실사기관이 회계감사인까지 맡으려 한다 =최근들어 일부 실사기관이
대상기업의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고 외감법에도 명확한 규제가 없다며
대상기업의 회계감사인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절대 안된다"는 것이 기업구조조정위의 입장이다.

워크아웃계획을 사실상 작성한 실사기관이 그 계획대로 잘 됐는지까지
따지는 회계감사까지 맡게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위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을 실사했던 회계법인이
실사후 2년간 그 기업의 회계감사인을 맡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계법인과 기업측의 도전이 만만찮다.

급기야 기업구조조정위는 실사기관에 대해 "모든 기관에 동일하게 부과되는
조건이므로 스스로 대상기업의 회계감사 수주활동을 자제하여 주기를 바란다"
고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 채권단의 모럴해저드도 극심하다 =은행들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외이사 사외감사 자리를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자리로 보고 은행출신들만
"낙하"시키고 있다.

심지어 어려운 기업사정을 외면한채 지나치게 많은 보수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에 파견하는 경영관리단은 기업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채권단의 이익을 위해 기업에 요구해야 할 사항까지 입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